‘디 오픈 제패’ 라우리의 눈물…아일랜드 ‘恨’ 풀었다
2019-07-22 11:46
플릿우드 6타차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석권
68년만에 북아일랜드 대회서 두 번째 아일랜드인 우승
3년 전 US오픈 4타차 역전패 악몽 씻어낸 감격의 눈물
68년만에 북아일랜드 대회서 두 번째 아일랜드인 우승
3년 전 US오픈 4타차 역전패 악몽 씻어낸 감격의 눈물
1860년 스코틀랜드의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에서 시작돼 올해 148회째를 맞은 디 오픈(The Open)은 전 세계 골프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는 남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개최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웅을 가렸다.
22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 링크스 코스인 이 골프장에 디 오픈이 다시 찾은 건 1951년 이후 무려 68년 만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이 지역 출신 골퍼들의 노력으로 영국 아일랜드섬 북동부에 위치한 이곳에서 대회가 열렸다.
특히 흥미로운 건 대회 장소인 ‘땅의 기운과 역사’였다. 우선 이곳은 악천후로 악명이 높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에도 최대 시속 64㎞의 돌풍과 폭우가 동반된 기상 악화가 기승을 부렸다. 생소한 코스에서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역사적으로도 ‘민족 감정’이 존재했다. 아일랜드가 1922년 독립전쟁을 통해 영국 통치에서 벗어났으나 이 곳은 1998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영국계 신교도와 아일랜드계 구교도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은 장소였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종교 갈등으로 ‘앙숙’ 관계에 있지만,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왕래가 자유로운 아일랜드섬에서 상대적으로 아일랜드에 대한 반감이 적다.
디 오픈이 선명하게 새겨진 광고판을 등 뒤에 둔 라우리는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춘 뒤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골프에 있어서 우리는 한 나라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우승컵은 여러분들의 것이다”라고 의미 있는 우승 소감을 남겼다.
◇ “클라레 저그는 식탁 위에 둘 것”
라우리는 2007년 매킬로이와 한 조로 유러피언 아마추어 대회에 아일랜드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합작한 친숙한 기억도 현지 팬들을 움직였다. 또 라우리의 캐디 브라이언 마틴도 북아일랜드 출신이었다.
최종일을 앞두고 라우리는 2016년 US오픈에서 겪은 준우승의 쓰라린 기억을 되살렸다. 당시 라우리는 3라운드까지 4타 차 리드를 잡고도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역전패를 당해 주차장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라우리가 마지막 날 악천후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원동력이었다. 라우리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메이저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며 “지금도 여기에 서 있는 것, 클라레 저그가 내 것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라우리는 아일랜드 출신으로는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 이후 11년 만에 이 대회 우승자가 됐다. 그는 “해링턴이 클라레 저그를 부엌 식탁 위에 놓은 것처럼 나도 식탁 위에 클라레 저그를 올려놓을 것”이라며 ‘아일랜드 정신’을 가슴 깊이 새겼다. 이 대회 우승상금 193만5000달러(약 22억7000만원)를 획득한 라우리는 메이저 첫 승과 개인 통산 5승을 달성했다.
토니 피나우(미국)가 7언더파 단독 3위, 켑카는 6언더파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박상현이 가장 높은 2언더파 공동 16위에 올랐고, 안병훈과 황인춘이 각각 공동 32위(1오버파)와 41위(2오버파)로 마감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일찌감치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