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점수로 환산되는 중국인의 일상생활
2019-04-10 05:05
중국, 12개 도시에서 ‘사회신용시스템’ 구축
만약 나의 일상생활이 점수로 환산돼서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라면 여러 가지 얘기와 논쟁거리가 됐을 것 같은데, 중국은 아닌 것 같다. 중국 국무원이 2014년 마련한 ‘사회신용시스템구축 계획(2014~2020년)’에 따라 중국 국민들의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이 별다른 이슈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월 중국정부는 이러한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의 모델도시로 12개 도시(산둥성의 웨이팡·웨이하이, 난징, 항저우 등)를 선정했고, 작년 11월엔 산둥성의 웨이하이시가 첫째로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을 오픈했다.
이러한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이란 뭔가.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란 점에선 기업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마찬가지지만, 기업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가가 국민 개인을 평가하고 또 평가항목이 기업과 달리 국가와 사회질서 준수 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국가가 평가해서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은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주고, 대신 등급이 낮은 사람은 행동에 페널티를 주는, 한마디로 국가에 의한 신상필벌 평가시스템인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의 등급과 점수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도시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작년 11월 처음 오픈한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예를 살펴보자. 우선 웨이하이시의 신용등급제 이름은 ‘하이베이포인트’다. 하이베이(海貝)는 바닷조개란 뜻으로, 중국 고대 때 쓰던 화폐의 별칭이다. 웨이하이시가 해양도시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이베이포인트라고 지었다고 한다. 대상자는 만 18세 이상의 웨이하이 시민으로 기본점수는 1000점, 점수의 고하에 따라 불신용등급(800점 이하)에서부터 보통등급(1000~1049점), 우수등급(1050~1149점), 모범등급(1150점 이상)까지 6등급으로 구분된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이기도 하지만, 현재 웨이하이시의 18세 이상 시민 225만명 중 보통등급 이상이 90%라고 한다.
첫째, 하이베이포인트의 감점항목부터 살펴보자. 한마디로 법률, 정치규율, 납세 등이 전체(25개 분야, 3242개 항목)의 95%로 거의 대부분이다. 처벌내용과 강도에 따라 감점 정도도 다르다. 예컨대 음주운전으로 6개월간 면허 정지되고, 1000~2000위안의 벌금을 받은 사람은 50점 감점된다는 식이다. 또 중국에선 의료비의 자기부담비율이 높아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의료비 지불체납도 감점대상이라고 한다. 체납의료비가 5000위안 이하, 체납기간이 90일을 초과하면 10점 감점이다.
둘째, 가점항목은 어떤가. 정부에 의한 표창과 장려, 사회공익 수행, 금융 및 주택적립금 납부, 기업명예 제고 등 4개 분야 16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항목 수는 감점항목의 5%에 불과할 정도로 적고,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주는 표창·장려가 142개로 대부분이다. 예컨대 체육선수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아시아대회 등에서 상위 8위 안에 들면 선수와 감독은 가점 60점, 사회공인분야에서 연간 기부액이 10만~50만 위안이면 가점 30점이다.
중국은 과거 개인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는 제도(인사당안제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은 기업과 국가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거부감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 같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와 너무 대조적이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