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文대통령 'NSC 개최→외교라인 쇄신'…포스트 하노이 구상 신호탄

2019-03-04 21:11
南北경협, 교착 北·美 지렛대 활용…외교라인 쇄신 통한 중재역 역할 강조
南北美 1.5 트랙 추진·3월 남북군사회담·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방안 마련

문재인 대통령(사진). 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주재하고 포스트 하노이 구상을 본격화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하노이' 구상의 신호탄을 쐈다. 첫 테이프는 4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주재와 중·일·러 대사 등 외교라인 쇄신으로 끊었다. 세기의 핵담판 무산으로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핵심은 포스트 하노이 구상의 3대 패키지인 △남북과 미국 간 '1.5트랙' 협의 △3월 남북군사회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매개로 한 대미 협의 추진 등이다. 외교라인의 재정비를 통해 대중·대일 관계 복원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당장 제2차 핵담판 결렬 후 중국은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면서 북·미 협상의 틀을 6자 회담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종료를 고리로 잉크도 마르지 않은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일촉즉발 그 자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제2기 외교라인에 측근 인사를 배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내·외 불안요인을 가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미·대일 외교라인' 실종 등의 비판이 제기됐던 첫 4강(미·중·러·일) 대사 인사의 판박이라는 얘기다.

◆文대통령 9개월 만에 NSC 주재··· 남·북·미 1.5트랙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매우 아쉽지만 그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 직후인 6월 14일에 이어 9개월 만이다. 취임 후로는 여덟 번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교한 중재역'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 사이의 핵심 쟁점은 '영변+α 대(對) 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스웨덴에서 이뤄진 남·북·미 회동 경험을 바탕으로 '1.5트랙 협의'를 추진하겠다고"고 밝혔다.

국방부는 '3월 남북군사회담'을 추진, 9·19 군사합의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고리로 대미 협상을 준비할 계획이다.

향후 북·미 관계 진전 속도 등에 따라 핵담판 결렬로 3·1절 연설문에서 빠진 '남북경제청 설치'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를 비롯해 '남북 판문점 회담', '한·미 정상회담' 추진 등도 유효한 카드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귀국하는 대로 우리 측의 국가정보원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라인 가동을 통해 핫라인 소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北美 결렬 후 외교라인 쇄신··· 전문성 물음표

문재인 정부의 외교라인도 재정비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동으로 약 두 달간 공석이던 주중대사에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남관표 전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주일대사, 우윤근 주러대사 후임에는 이석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등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친문(친문재인)계 중심의 1기 외교라인을 재정비해 대중·대일 등과 비핵화 공조를 끌어내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기존의 대북 정책의 노선 변경이 아닌 강화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이었던 장 전 실장은 미국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친 경제통이다. 외교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당장 한국당은 장 전 실장 내정설에 "외교 전문성이 없는 경제 파탄의 책임을 질 사람"이라고 맹공을 폈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참모진의 코드·보은 인사였던 제1기 외교라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1기 외교라인의 두 축은 '코드·보은' 인사와 비전문가'였다. 대통령 최측근인 노 실장을 주중대사에 꽂고 외교부에 '비(非) 미국·비북핵' 라인을 전진 배치한 게 대표적이다.

주중대사의 대통령 측근 인사 배치는 주미대사와의 '격(格) 맞추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 출범 170일 만에 대사 파견 전 상대국 이의 조회 절차인 '아그레망'을 마쳤다. '비미국·비북핵' 외교라인은 한때 코리아패싱 등 한·미 공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