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는 보수야권…총선 앞두고 '당권 쟁탈전' 막 올라

2018-08-30 20:03
한국당, 김무성·홍준표·황교안 등 잠재주자 ‘담론전쟁’
바른미래, 고소고발에 ‘십상시’ 논란까지…‘혼탁’ 양상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 내부에서 미세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은 작지만 언제 '쩍쩍' 갈라지는 큰 소리로 바뀔지 모른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다음 당권을 노린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마다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오전 비대위원회의에서 “당이 어려울수록 당의 개혁과 혁신은 작은 싸움이 아니라 틀을 바꾸는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런 것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활발한 논의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이 표출되는 게 있다. 저는 그게 당의 건강성이라고 본다”면서 “활발하게 논의는 하시되 그 논의가 지나치게 커져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우리가 조심해야겠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당의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대표는 ‘공화주의’를 꺼내 들었고, 홍준표 전 대표 또한 “우리가 만든 프레임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또한 출판 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내년 초쯤 열릴 전당대회에 앞선 몸풀기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7일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 세미나를 열고 “보수 정치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우파 정치’를 추구하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라며 공화주의를 강조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어떻게 국민들에게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걸 위해서 제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대표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판은 프레임 전쟁이다. 상대방의 프레임에 갇혀 이를 해명하는 데 급급해 허우적대다 보면 이길 수 없는 전쟁이 된다”면서 “우리가 만든 프레임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15일 귀국하는 홍 전 대표 또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총리는 다음달 7일 출판 기념회를 열고 ‘참된 보수’에 대한 생각을 설파할 예정이다.

한국당이 물밑에서 ‘담론 전쟁’ 전초전을 벌이고 있는 반면 9·2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미래당에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지도부가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말그대로 '당권=공천권' 쟁탈전이다. 여기에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해묵은 갈등에, 국민의당 내부의 분화까지 겹치는 상황이다.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전당대회를 앞둔 고소고발전까지 펼쳐지고 있다. 당 선관위는 이날 바른미래당 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홀딩페이스’라는 업체를 고소하기로 했다. 불법 수집한 당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ARS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손 후보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태규 사무총장 등 ‘당권파’를 향한 ‘십상시’ 논란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김영환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선거에 개입하는 등 심판이 공정하지 않으니 마음놓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며 “새정치라는 둥지에서 오물을 뿌리고 낡은 정치를 구현하는 부패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국민의당 출신끼리 갈등이 점화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당 사무처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노 갈등에 업무추진비 쌈짓돈 조성 의혹까지 겹쳐, 전당대회 이후에도 그 후유증이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옛 바른정당 출신의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