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에 현혹됐다가"…日 와타나베 부인 신흥국 채권 피해 ↑
2018-08-23 09:52
최근 급증한 외환표시 '우리다시본드' 환 손실 눈덩이
터키발 위기로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소액투자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초저금리 상황에서 일본 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개인들이 최근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다시 본드'로 불리는 외화표시 채권은 일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터키를 비롯한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흥국 통화로 발행되는 우리다시 본드의 가장 큰 장점은 고이율이었다. 그러나 신흥국 외화로 표시됐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었다.
최근 라쿠텐 증권에서는 유럽투자은행에서 발행한 리라표시 채권의 이율이 23.1%에 달한다며 선전하기도 했으며, 이는 저금리에 지친 일본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품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고이율에 현혹돼 투자한 신흥국 통화 채권 구매자들은 최근 통화불안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이번달 들어 터키 리라는 달러 대비 거의 20%가 하락했으며, 엔 대비해서 21% 정도가 빠졌다. 인도의 루피, 인도네시아의 루피아, 브라질의 헤알화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다시 본드는 일반적으로 세계은행과 같은 신용도가 높은 기관에서 발행되며, 만기는 5년 이내다. 때문에 환 리스크가 가장 큰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월드뱅크의 세계금융공사( IFC) 자금부분 글로벌 헤드를 맡고 있는 플로라 차오는 우리다시 시장이 IFC의 자금조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WSJ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근 무역전쟁 갈등이 심화하고 신흥국의 위기도 계속되는 가운데, 터키와 같은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언제쯤 반등할 지는 불분명하다. 채권은 증권과는 달리 유통시장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으며, 다시 되파는 과정도 까다롭다. 때문에 외환표시 채권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은 만기를 기다리거나, 표시 통화의 반등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