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어 EU도 미국산 보복 관세...G7 정상회의 앞두고 무역갈등 폭풍전야

2018-06-07 16:52
EU, 7월부터 미국산 오렌지·청바지·오토바이 등에 관세 부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에 대한 맞대응 차원 풀이
G7 정상회의 앞두고 글로벌 통상 갈등 가속화 가능성 높아

[AP·연합뉴스]


멕시코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7월부터 미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외국산 제품에 잇따른 관세 폭탄 조치를 내리는 미국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될 태세이다.  

◆멕시코 이어 EU도 맞불 '보복 관세'···미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 

EU 집행위원회(EC)는 6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산 오렌지,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CNN 머니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이 이달 1일부터 EU에서 제작한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앞서 EU는 미국이 EU 생산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보복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EU는 WTO 측에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부당성을 제소, 사실상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조사도 이미 지난 3월 26일부터 착수한 상태다. 최종 결론까지는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빠르면 올여름부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만큼 EU로서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행한 것이다. EC는 7월부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회원국들과 최종 조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 방침에 대한 맞불 대응 차원에서 미국산 수입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미국산 제품 가운데 철강은 25%, 돼지고기 다리·어깨 부위와 사과, 감자 등에는 20%, 치즈·버번위스키에는 20~25%의 관세를 붙이기로 했다.

◆ "관세, 받은 만큼 돌려준다"...끊이지 않는 통상 보복 악순환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특히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이번 보복 관세가 글로벌 무역 전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EU, 인도 등 전 세계적으로 통상 보복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에는 관세 및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면서 4월 미국산 대두 등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중국 기업 ZTE를 제재하고 중국이 미국과 캐나다산 펄프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기한을 연장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 우려가 고조됐다. 양국은 이달까지 3차례 무역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 해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U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해 보복 조치를 예고하자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이다. EU의 엄포에도 미국은 지난 1일 결국 그간 관세 부과 유예 대상이었던 EU와 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국가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 트럼프發 무역 전쟁 폭발하나...G7 정상회의 앞두고 긴장 고조 
 
EU 측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미국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다만 EU의 보복 관세 발동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미·중 무역 전쟁에 이어 미·EU 무역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EU와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도 미국의 고율 관세를 비판하는 취지로 WTO에 제소한 상태여서 당분간 긴장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미국과 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등이 참석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무역 갈등이 고조될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과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재논의 △ 북·미 정상회담 관련 북한 비핵화 방향 △ 글로벌 통상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일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G7이 아니라 'G6(미국을 제외한 6개국) 플러스 1'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TV는 전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서 촉발된 타 국가의 보복성 관세 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6개국 정상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하게 나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정상회의 결과물인 공동성명 채택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 받고 있는 6·12 북·미 정상회담을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의견 조율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