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4대그룹,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 한 달 앞두고 '실전모드' 돌입
2018-06-01 07:04
재량 근무제·유연 근무제 등 도입 운영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를 한 달 앞두고 삼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들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대비책을 내놓으며,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업무 형태의 변화는 물론 조직 문화 특성에 따라 특정 직군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은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순차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예행연습을 해왔다. 이들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보완책을 속속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실전모드’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일부터 현행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무시간 관리에 직원 자율권을 부여하는 '재량 근로제'를 동시에 가동했다. 개발과 사무직 직원들이 대상이다.
이른바 '플렉스타임(flex time)제'라고도 불리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재량 근로제는 업무 수행 수단이나 근로시간 관리와 관련해 직원에게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출장이나 외근 등과 같이 업무 특성상 직원의 근무시간 산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울 때 노사가 서로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일정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한다.
제조 부문의 경우 계절별 성수기 등에 따른 집중 근무에 대비하기 위해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했다. 3개월 단위로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날은 단축해 평균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해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하려는 조치”라며 “이를 통해 효율적인 근무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SK, LG 등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해 반드시 근무하도록 하되, 나머지 시간은 개인 여건에 맞춰 자유롭게 출퇴근하며 근무하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범운영 결과, 일부 부서의 특수한 근무 형태에 따른 제도화의 어려움 등이 있었다”며 “보완사항으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부터 임직원의 근무시간을 점검하고 주당 52시간이 넘을 경우 이를 통보해 해당 부서장과 직원들이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고 있다. 사내 전산시스템 개선, 통근버스 시간 조정 등 제도 정착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자율 근무제인 '디자인 유어 워크 앤드 타임(Design Your Work & Time)'을 시행하고 있다.
SK 계열사 관계자는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에서 먼저 선제적 조치를 하고 있다”며 “생산직이 많은 SK이노베이션 등도 새 근무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도 지난 3월부터 사무직은 주 40시간 근무제, 기능직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해왔다. 앞서 2월에는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시대의 화두에 답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R&D(연구개발) 부문과 같이 단기간에 압축적인 근로를 해야 하는 사업부서 등에서는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