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50명 ​“개식용 금지법 제정하라" 한목소리

2018-05-29 11:32

“대한민국 동물복지의 시작은 개식용 금지법 제정이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올라온 시민 박운선씨는 개식용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 인사동에 모인 시민 350명을 앞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식용 문화만 사라지면 유기견이나 동물 학대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시민들은 “개식용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사진=박경은 기자]


지난 2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개식용 종식 시민연대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여러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35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박씨는 “개식용 문제는 동물 학대와 유기견 문제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유기견 보호소나 불법 번식장 등에서 길러지는 개들이 결국 개소주집, 보신탕집으로 팔려나가는 현실을 우려한 지적이다.

시민 김복희씨는 “그동안 보신탕 문화로 죽어간 개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준비한 것”이라며 검은 반팔티를 입고 V자형 대열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개 동상에 꽃을 그려놓은 '꽃개동상' 역시 죽은 개를 위로하고 국내 모든 반려견이 꽃길만 걷길 바란다는 의미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경은 기자]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개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중국·베트남·한국뿐이며. 개농장이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동안 청와대에 접수된 민원 중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식용반대’가 1027건으로 가장 많은 만큼, 이제 정부와 국회는 개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개고기와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은 크게 줄었다. 동물권리단체인 동물해방물결과 미국 동물을 위한 마지막 기회(LCA)가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국민 중 81.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개고기를 단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고 답한 사람은 40.5%였으며, '개고기를 한때 먹었으나 이제는 먹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24.8%에 달했다.

시민 강성석씨는 “정부는 축산법에서 개를 제외시켜 소나 돼지 같은 가축과 개를 분리해야 한다”며 “개는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도축하거나 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단속에 미온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축이라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생산자 실명을 등록해야 하고 위생 검사도 해야 하는데 개는 그런 장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개는 현행법상 축산법에서 적용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도축 자체는 불법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해 온 이유다.

한편 지난 21일 전 세계 유명 스타들은 인도네시아의 개식용 문화를 금지하라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캐머런 디아즈, 사이먼 코웰 등을 비롯한 유명 스타 90여명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미 개식용 문화를 금지한 다른 국가들에 인도네시아도 동참한다면 국격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며 개식용 금지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 1월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개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인한 개 도축 행위를 폭로한 데 뒤따른 요구로 해석된다. 당시 영상을 통해 살아있는 개를 불로 태우고 때리는 등 잔혹한 동물 학대 모습이 공개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