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사기극' 前 안방보험 회장 재판서 눈물로 '선처' 호소

2018-03-29 10:14
'덩샤오핑 외손녀 사위' 우샤오후이 1심재판 28일 상하이서 열려
652억 위안 불법자금조달 사기, 100억 위안 횡령, 증거인멸 등 혐의
"법률 잘몰랐다" 범죄 부인…최후변론서 눈물로 선처 호소
중국 형법, 불법 자금조달 사기범죄 최고 사형 처해질수도

지난 28일 상하이 제1중급법원에서 열린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1심재판 모습.  [사진=중국국영CCTV. 홍콩명보]


중국 덩샤오핑(鄧小平) 손녀 사위로 알려진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安邦)그룹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지난 28일 상하이에서 열렸다. 우 전 회장은 약 한달전 불법 자금조달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 제1중급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검찰 측은 우 전 회장이 당국 관리감독 규정을 무시한 채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해 약 652억 위안(약 11조원) 규모의 사기를 저지르고, 100억 위안 보험료를 횡령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안방재산보험과 안방그룹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우 전 회장은 안방재산보험을 융자 플랫폼으로 삼아 제무재표를 허위로 조작한 후 보험관리감독위원회(보감회)로부터 승인을 얻어내 투자형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이를 통해 불법적으로 조달한 자금 652억 위안을 투자나 부채상환, 개인용으로 빼돌렸다.

또 이에 앞서 2007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우샤오후이는 안방재산보험 부회장이라는 직위를 남용해 회사 고위경영진에게 지시해 100억 위안을 본인 개인회사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회장은 2014년 자신이 가지고 있는 30여개 '껍데기 회사'를 통해 안방그룹 지분을 매입해 최대 98.22% 지분을 확보했다.  안방그룹 경영진, 우샤오후이 여동생 등은 우 전 회장이 보유한 회사가 200여개에 달하며 이중 38개 회사가 안방그룹과 안방재산보험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라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의 여동생은 "우샤오후이가 고향사람이나 친척 신분증을 이용해 껍데기 회사를 대거 등록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우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찰이 안방그룹 조사에 착수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그룹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조사를 피해 도피하고, 컴퓨터·휴대폰을 바꾸고, 이메일·데이터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공소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 우 전 회장은 "법률을 잘 몰랐다", "범죄행위인 줄 몰랐다"며 대부분 기소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최후변론에서는 눈물을 훔치며 "깊이 반성한다",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말하며 재판장에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형법상 불법자금 조달 사기 혐의는 최고 무기징역 혹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1심 재판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롼치린 중국정법대 교수는 29일 매일경제신문을 통해 "우샤오후이의 사기액수는 근래 들어 최대 금융 사기범죄였던 '이쭈바오 사건'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이쭈바오 사건은 지난 2016년초 온라인개인대출(P2P) 업체 이쭈바오의 금융다단계 사기범죄로, 사기금액이 약 580억 위안(약 9조원)에 달했다. 

롼 교수는 "우 전 회장은 기존 가입자에게 지불할 보험금을 신규 가입자 보험료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며 "사기 수단이 '폰지사기' 수법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저장성 핑양(平陽)현 농촌 출신으로 핑양현 공상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우샤오후이는 이후 사업에 뛰어들며 상하이자동차의 렌터카대리, 판매대리업체를 차렸다.

이후 중국 10대 혁명원로인 천이(陳毅) 전 부총리 아들 천샤오루(陳小魯)가 차린 상하이 한 투자회사에서 일하며 천샤오루와 인연을 맺고 덩샤오핑 외손녀와 2003년 결혼한다.

2004년 안방손해보험 회사를 차린 그는 광범위한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안방보험을 10여년만에 세계적인 보험회사로 키운다.

안방보험에 따르면 2017년말 총자산 1조9710억 위안에 달하며 전세계 3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해외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며 뉴욕의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우리나라의 동양생명, 미국의 피델리티 생명보험 등을 잇달아 인수해 글로벌 M&A 시장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후 당국이 안방보험 불법자금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무성했던 지난해 6월 우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3일 보감회는 우 전 회장이 경제범죄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안방보험이 불법 경영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우려돼 향후 1년간 경영권을 인수해 관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