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베트남 주석에 "불행한 역사에 유감의 뜻 표한다"
2018-03-23 13:33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등 문제에 유감 표명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유감의 뜻을 직접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꽝 주석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이번 유감 표명은 지난번에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진전된 게 아니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천 득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아니게 베트남인에게 고통을 준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이 과거 고난을 극복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다"며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으며, 베트남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계기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떤 수위에서 입장표명을 할 것인지를 놓고 깊이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