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미국도 북한과 대화 준비…최대 압박과 관여 동시에"

2018-02-12 14:38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사진=AP·연합]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남북화해 분위기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리긴 칼럼니스트는 "펜스,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제목의 11일 (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장막 뒤로 미국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펜스 부통령과 인터뷰를 한 리긴은 "평창에서 북·미는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장막 뒤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북·미 간 직접 대화라는 새로운 단계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긴은 펜스 부통령이 10일 귀국길에서 북한에 대한 최고 수위의 압박과 함께 관여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칼럼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동맹이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압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고 수위의 압박은 계속되고 강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화를 원하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 압박 전략과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긴은 올림픽 직전까지 북·미 간극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두 차례 실질적인 회담을 가진 뒤 한국이 먼저 대북 포용에 나서고, 곧 미국도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화를 조건으로 타협하는 과거의 방식은 실패였다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만으로는 경제적·외교적 이득을 얻어내지 못할 것임을 말하겠다고 밝혔다고 리긴은 설명했다.

이어 리긴은 새로운 국면을 망치는 변수는 앞서 펜스 부통령이 예고한 대로 최고 수위의 신규 대북제재가 발표되고 북한이 맞대응으로 새로운 핵·미사일 실험을 수행할 경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표면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남북교섭이 한반도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 이르다며 한·미 공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1일 CNN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는 것이 올림픽이 끝나서도 어떤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다”라면서 "우리는 당장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김정은)가 탄도미사일을 과시하는 열병식을 하는 가운데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판단하기 이르다. 실제로 그가 화해의 손짓을 하는 것이라면 시점이 무척 애매하다”라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전 건군절 열병식을 했다. 

아울러 매티스 장관은 “사람들이 한·미 간 틈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틈은 없다. 참모들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면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을 평양에 공식 초청한 이후 나온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2007년 이후 처음이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의 시각도 매티스 장관의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신들은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이 매력 공세를 통해서 한·미 균열을 목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수십년 동안 계속된 남북 대치 상태의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WSJ와 같은 보수 성향의 매체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의 이미지가 세탁되고 있다며 불편한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의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3월 평창 패럴림픽이 이후로 미뤄진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된 이후에 확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문 대통령은 대내외로부터 북한의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약속을 이끌어내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