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엔터프라이즈] "내년에 뭐 먹지" 최태원 회장, 미래 먹거리 '골몰'
2018-02-05 07:46
"내년에 뭐 먹지"
최태원 SK회장이 지난달 임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벌써부터 내년을 고민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연초부터 숙제로 던져진 '공유 인프라' '사회적 가치'등을 적용하기 위해 바쁜데, 회장님은 이미 내년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4차 산업 시대에 근본적 변화가 없으면 망할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지난달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도 최 회장은 "대기업도 힘들고 망할 수 있다"며 "생명력 있는 기업을 만들려면 '딥체인지(근본적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로 지속성장 발판 마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30조, 영업이익 14조원이라는 사상최대 기록을 달성하며 SK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딥체인지를 통해 최 회장이 꿈꾸는 '세계적인 종합반도체업체'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1일 파운드리 부문을 지분 100%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사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중쑤성 우시에 신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기업과 50대 50으로 합작사를 건립하고, 2020년 본격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향후 5년 간 연평균 7.8%의 성장을 통해 현재 60조원 규모에서 8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집중 투자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정유에서 벗어나 화학과 배터리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향후 SK이노베이션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 배터리 생산기지로 헝가리를 낙점하고 8402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달 착공에 돌입해 2020년 초 유럽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양산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와 협업을 지속 중이다. 중국의 보조금 지급이 끝나는 2020년 이후에는 현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작년 수준(2조원)의 시설투자를 이어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딥체인지를 통해 비정유 부문에 집중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2020년부터는 배터리 사업도 수익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인공지능·5G로 ICT 생태계 확산
SK텔레콤은 내년 3월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이동통신 5G와 AI 생태계 확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SK텔레콤이 상용화를 준비하는 5G는 자율주행의 핵심기술이다. 달리는 자동차와 도로 곳곳에 부착된 센서가 지연 없이 연결돼야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5G와 AI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차에 이용될 '초정밀지도'라는 판단 아래 글로벌 기업과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엔비디아와 자율주행차 공동개발 협력을 체결해 초정밀지도 개발에 들어갔으며, 올해는 네덜란드 초정밀지도 서비스 업체 ‘히어’와도 손 잡았다.
최근 SK텔레콤은 오픈콜라보센터를 신설해 5G 인프라와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협업해 ICT 생태계를 확산시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그룹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라며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에너지 등 분야에서 ICT를 접목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