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앞당긴 '운명의 날' 시계…인류 멸망까지 단 2분 남아

2018-01-26 10:04
역대 기록중 자정에 가장 근접한 시각

[사진=연합뉴스]


인류 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의 분침이 '자정 2분 전'까지로 바짝 앞당겨졌다.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종말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미국 핵과학자회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의 날 시계의 분침이 밤 11시 58분으로, 자정 2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에 발표한 시각인 '2분 30초 전'보다 30초나 앞당겨진 시각이다.

이 시각은 자정에 가장 근접한 시간으로, 미·소 양국이 수소폭탄 실험에 나섰던 1953년과도 동일한 기록이다.

핵과학자회는 다수의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해마다 '운명의 날' 시각을 발표하고 있다.

시계 분침은 핵무기 보유국들의 움직임과 핵실험, 핵 협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지난 2007년부터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추가돼 환경의 영역까지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운명의 날 시계'의 분침을 기록적으로 당긴 것은 북한 김정은의 핵도발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성실성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학자회는 성명을 내고 "북한이 지난해 핵무기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 같다. 북한 스스로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국가와 미국으로서도 큰 위험요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미국과 북한의 과장된 레토릭과 도발적인 행동들이 오판이나 사고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종말의 시계로도 불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처음 창설 당시 핵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대학 핵물리학자회를 중심으로 아인슈타인 등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의 주요 과학자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이는 시카고대학 운영이사회에서 발행하는 학회지 'The Bu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표지에 1947년부터 게재해 왔으며, 핵물리학자들은 핵의 발달상황과 국제관계의 긴장정도를 반영해 부정기적으로 시계의 분침을 고쳤다.

1947년 자정 7분 전인 11시 53분으로 첫 설정됐고, 1953년 미국과 소련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자정 2분 전까지 가까워 진 적이 있다. 또한 미·소 냉전이 종식되면서 1991년에는 자정 17분 전인 11시 43분으로 늦춰진 바 있다. 지금까지 20여 차례 조정됐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단추'에 대해 언급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크고 강력한 핵버튼'을 내세운 트윗으로 응수한 것과 관련해 미 핵과학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 연구기관인 포인터연구소는 3일(현지시간) 존 메클린 핵과학자회보(BAS) 편집장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버튼' 트윗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글"이라며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미국 역시 우리나라의 한미연합훈련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는 등 '운명의 날 시계'가 다시 늦춰질 가능성은 있다. 올림픽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말폭탄 대결이 또 다시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