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력 완성…주변국 안전위험 없었다" 자랑

2017-11-29 18:42
75일만에 미사일 도발…출렁거리는 한반도 정세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로 75일간의 '도발 침묵'을 깨뜨린 북한이 '핵무력 완수'를 선포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시계 제로로 빠져들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강도 높게 기습 도발한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이날 낮 12시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화성-15형 무기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이며 지난 7월에 시험 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 기술적 재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체계"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험발사는 최대 고각 발사체제로 진행되었으며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북한의 기술적 수준으로 판단할 때 그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가핵무력 완성'의 최종단계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탄두 소형화인데, 이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은 화성-15형 발사로 ICBM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으로 군과 정부 당국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새벽 평남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한 이 미사일은 53분간 고도 4475㎞까지 올라갔다가 950㎞를 비행했다. 2단 로켓에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이 미사일은 고도만으로 놓고 보면 가장 높이 날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ICBM급 사거리를 갖춘 '화성-15형'의 최대 비행 거리와 재진입 시험을 위해 2단 로켓 엔진 성능을 개선해 추력을 최대로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화성-15형은 지난 7월 4일 발사한 ICBM급 화성-14형의 고도 2802㎞보다 1.6배가량 높았고, 지난 7월 28일 두번째 발사한 화성-14형의 고도 3700여㎞보다 고도가 700여㎞나 높았다. 

미국 전문가들도 이번에 쏜 미사일의 사거리를 1만3000㎞ 이상으로 추정했으며, 일본 방위성도 역대 최장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를 정상각도 발사로 적용하면 최소 9000㎞에서 최대 1만3000여㎞에 달하는데,  이론적으로는 8200여㎞ 거리의 미국 서부연안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이번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배경에 대해 “미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도발은 평화적 접근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던 관련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도발 직후 한·미·일은 유엔 안보리 소집을 즉각 요청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이 제재·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발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심상찮다. 얼마 전 시진핑 주석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끝내 빈손으로 귀국하면서 데면데면했던 북·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것이다.

이에 대화 병행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이 난감해지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중국 방문과 이를 계기로 열릴 제3차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의 프로세스를 모색할 전망이어서 북한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압도적 힘의 우위'에 기초한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철폐와 첨단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 등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합의를 토대로 자체적인 대북 억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제재와 압박에 반발해 더 큰 위협적 도발에 나설 소지가 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불사하는 물리적 대응에 나선다면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북한과 미국을 향해 동시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전하게 확보하기 전에 핵·미사일 실험 동결이라도 시켜야 한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릴 경우 이른바 '핵동결'을 1차적인 목표로 한 북·미 대화 모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제의에 응하며 국면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내 북한이 고강도 미사일 추가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한반도 안보정세는 물론 남북관계 역시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