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색기가 있어야…",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 공개

2017-11-09 15:23
-여가부,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가이드라인' 제작‧배포

[사진=아주경제 DB]
 

#영화 촬영 중 남자 배우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배우 A씨. 촬영 전 수위(?)를 상대 배우와 협의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남자 배우가 합의되지 않은 강제 성추행와 폭행을 가했다. A씨가 더이상 영화 촬영을 할 수 없다고 거부하자 제작사는 계약을 파기했다며 A씨에 위약금을 물어내라고 한다. A씨는 어떻게 해야할까?

A씨는 범죄피해를 입어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에 귀책사유가 없다. 때문에 위약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계약서에 특약사항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에게 계약서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지침서)' 내용이다. 여가부는 8일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에 대응해하기 위한 지침서를 제작, 배포한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직장내 성희롱 사건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패턴을 보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철저한 권력구조인 탓에 상습적으로 발생하면서도 직장과 달리 고용구조가 아닌 일대일 관계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특수성을 파악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고, 지원기관 종사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법률적 지식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여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문화예술계는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이 낮다. 실제 385명의 문화예술계(사진분야) 종사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320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59명(80.9%)은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잘 해결될거 같지 않아서’, ‘평판에 대한 두려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대처 방법을 잘 몰라서’ 등이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호소해도 상담가들이 '다른 직업을 찾아봐라', '꼭 거기서 일을 해야겠냐'는 현실성없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답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반영해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법률 대응 등 현실적인 조치가 담겨있어 유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의 끊이지 않는 성폭력 폭로 배경에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예술계의 권력과 폐쇄적인 인맥구조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폭력을 ‘표현의 자유’나 ‘예술적 탈선’으로 취급하는 문화업계 기득권자들의 생각과 경제적으로 불안전해 성폭행을 당해도 적절하게 대응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가부는 해당 가이드라인를 전국 해바라기센터 37개소와 성폭력상담소 104개소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현황 및 개선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2017년 해바라기 학술‧정책 심포지엄‘을 오는 1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 자리는 문화예술계 종사자, 변호사, 관련기관 등 약 100여명이 참석해 문화예술계의 심각한 성폭력 피해현황과 관련 정부정책, 대책 등을 논의한다.

박난숙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특수성의 이해를 돕고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도움이 주기 위해 마련됐다.”라며 "성폭력피해 지원 전문가들이 문화예술계 내 성차별 구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지원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