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반도체 회사인 브로드컴이 이르면 6일(현지시간) 3위 퀄컴에 주당 70달러로 인수 제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CNB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인수가 성사 시 세계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퀄컴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CNBC는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하여 브로드컴이 퀄컴에게 주당 70달러, 총 1030억 달러(약 115조원)에 인수를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퀄컴이 인수를 체결한 유럽의 반도체 회사 NXP까지 포함해서다.

만약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M&A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쓰게 된다. 게다가 브로드컴은 무선 네트워크 반도체에 이어 퀄컴의 이동통신 반도체, NXP의 자율주행차 반도체까지 아우르면서 인텔, 삼성과 함께 반도체 시장 3강 체제를 확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브로드컴은 수개월 동안 인수제안을 논의해왔고 퀄컴에 사적으로 접근했지만 즉각 퇴짜를 맞았다고 CNBC는 전했다. 결국 브로드컴은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주주들의 이목을 끌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양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3일 나스닥에서 퀄컴 주가는 12% 급등한 주당 61.81달러에 장을 마쳤고 브로드컴 주가 역시 5.5%뛴 273.63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CNBC는 퀄컴이 브로드컴의 제안을 강하게 물리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당 70달러라는 인수액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퀄컴과 브로드컴의 인수합병이 반독점 규제에 저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퀄컴으로서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 인수 제안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퀄컴은 지난해 10월 NXP를 3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유럽당국이 독점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내 인수 완료가 어렵게 됐다. 또한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해 중국, 한국, 대만 등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하는 처지다. 올해 7~9월 순익은 애플과 로열티 분쟁 속에서 전년 동기 대비 90%나 급감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2018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퀄컴 제품을 배제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퀄컴이 브로드컴에 인수되면 애플과의 분쟁이 해소될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 소식이 나온 뒤 호크 탄 브로드컴 CEO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탄 CEO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시장 파괴자(disrupter)'의 면모를 확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66억 달러 규모의 LSI 인수, 2015년 6억 달러 규모의 에뮬렉스 인수, 2016년 370억 달러 규모의 브로드컴 인수가 그 예다. 아바고는 브로드컴을 인수한 뒤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변경했다.

탄 CEO는 지난 2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브로드컴의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비용 절감으로 유명한 탄 CEO는 감세 혜택에 기대를 나타냈지만 FT는 이것이 브로드컴의 미국 기업 추가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브로드컴이 싱가포르 회사다보니 미국 IT 기업들을 브로드컴에 넘기는 것에 대한 반감과 안보문제 등의 장벽이 있었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퀄컴을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현재 워싱턴에서 안보문제가 검토되고 있는 브로드컴의 55억 달러 브로케이드 인수에 파란불이 커졌다는 게 FT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