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봉인'… '급속 해빙 모드' 새로운 한중관계 시작

2017-10-31 13:17
사드배치 공식화 1년 4개월 만에 관계복원 탄력…정치·경제·역사 등 사안별 분리 대응, '새로운 한중관계'로의 전환 선언
북한 도발 지속하는 한 사드 등 안보 갈등 잠재…한중 정상, 북한 도발 억제·대화 통한 평화적 해결 압박할 듯

[사진=연합/AP]



이번 한중 양국 간 합의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공식 발표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보복성 조치와 그것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갈등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주한미군을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손상을 줬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양국 관계 악화 지속이 한중 모두에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양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으며, 중국 당대회 이후 시진핑 집권2기가 시작되면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중국 제19차 당대회 전인 10월 13일 한중간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성사됐고, 당 대회 폐막일인 10월 24일에는 2년 만의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는 등 경제와 국방 분야에서 잇따라 관계 호전의 신호가 나온 데 이어 막판 양국 간 물밑 교섭을 거쳐 사드 문제를 일단 '봉합'하는 수준의 타결이 이뤄졌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 정부의 끈질긴 설득, 한미일 3각 공조 심화 속에 한중관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중국의 판단, 당 대회 후 넓어진 중국의 외교적 운신 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양국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갈등은 봉인...경제보복 재발 방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은 갈등의 핵심이었던 사드 배치 문제는 사실상 봉인 상태로 묻어두기로 했다. 사드와 경제 분야 등을 분리 대응키로 합의했지만, 쟁점은 여전히 그대로다.

중국 측은 사드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뜻을 고수했고, 경제 보복 역시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이란 중국 정부가 한 조치가 아니라 중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반발이었다”면서 어떠한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주에 배치된 사드포대는 기정사실로 양해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의 입장은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 인정한다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사드와 관련해선 양측 간 가진 입장을 있는 대로 표명하고 그 순간 봉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전혀 사드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협의문에 포함된 '현 상황을 조속히 정상궤도로 올리자'는 말은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고, 또 앞으로 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과 관련, 중국의 향후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애초 정부 차원의 조치는 없었다는 입장"이라며 "중국의 정책은 무쇠솥과 같아서 천천히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에서 구체적 조치를 하겠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협의문 발표 이후에는 눈에 보이게 한중 간 따듯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중국 측도 우리가 걱정하는 여러 분야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월3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협의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관표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APEC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원칙 확인..북핵 문제 대응은?

또, 이번 합의로 미국에 기울었던 우리 외교가 다시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우리로서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운신폭이 커지게 됐고,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해제로 경제 활력 숨통이 틔일 수 있게 됐다. 

중국으로서도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 실현을 위해선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전략적으로 필요하고, 주변국과의 선린관계도 더욱 발전시켜야 할 입장에 처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핵실험 도발 이후 북중 관계가 더욱 더 악화되고 있는데다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한·미·일 군사 동맹이 강화될 명분이 주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체에도 가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이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20년 넘게 지켜온 공식적 입장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관계 개선, 한·미관계 불편? ··· 한반도 안보 상황이 변수

다만,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양국 관계에서는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드배치 명분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도발의 지속성과 강도에 따라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핵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수시 배치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문제 삼아 제2의 사드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중 양국이 이미 배치된 사드는 인정하되 추가 배치는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당장 추가 배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과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요구할 경우 이에 대응할 만한 카드를 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과의 협의 과정 내내 미국과 자주 소통을 하고 논의했다며 미국과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정상이 향후 어떠한 합의를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합의에 따라 11월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두 번째 정상회담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 대신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하자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말하기는 시기상조다”라면서도 “새로운 한중관계에 관한 한중 간 발전에 관한 의견 교환과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하고 협의할 수 있는 문제를 의제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 시 주석의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한 답방 등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