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클릭 선봉장에 '31세 총리'
2017-10-16 14:31
오스트리아 총선 중도우파 국민당 1위
오스트리아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크게 틀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총선 출구조사에서 중도 우파 국민당이 득표율 30%를 넘기면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극우성향인 자유당과 사회민주당이 각각 26% 전후에 달하는 지지를 얻었다. 국민당을 이끌고 있는 31세의 '원더 키드' 제바스티안 쿠르츠 외무장관은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
◆극우당 10년만에 연정 구성···중도우파 국민당-극우 자유당 손잡을 듯
자세한 선거결과는 오는 19일에 나오며, 공식적인 발표는 오는 31일에 이뤄질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15일 선거는 최근 난민문제로 유럽에서 극우파의 부상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치러졌다.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국민당은 183석 중 62석 전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언론인 ORF는 전했다. 지난 5월부터 쿠르츠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당(OVP)은 극우성향인 자유당(FPO)과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10여년 만에 극우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당이 자유당과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한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연정 붕괴의 파장으로 치러진 조기총선 뒤에 재결합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그같은 전망의 이유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민당과 사민당이) 오랜 기간 연정 파트너였지만 쿠르츠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현실적으로 양당이 다시 손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크리스티안 케른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1위를 하지 못할 경우 국민당 대신 자유당을 택할 수 있다고 언급해 이후 정치적 변동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도 하다.
지난 9월 독일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 난민 문제는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난민 문제가 선거를 장악하면서 사민당이 내걸었던 재분배와 실업 문제 등 사회 이슈 등은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이후 난민 위기가 부각되면서 오스트리아의 정치 지형은 우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독일에서 정치권 변두리에 머물렀다가 최근에 급부상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과는 달리 오스트리아의 극우정당인 자유당은 오래 전부터 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2000년과 2005년사이에는 연정을 구성하기도 했다.
◆ '물 위를 걷는 자' 쿠르츠 대표···오스트리아판 마크롱 평가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이 1위를 차지하면서 최연소 총리 등극을 눈 앞에 둔 쿠르츠 대표는 15일 빈에서 지지자들에게 "오늘 투표로 우리는 막대한 책임을 안게 됐다. 우리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많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정치적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스타로 떠오른 쿠르츠는 현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난민들의 주요 경로였던 발칸 루트 폐쇄를 주도했다. 선거 기간 쿠르츠는 또 다른 난민 루트인 지중해 루트의 봉쇄, 오스트리아에 거주한 지 5년이 안 되는 난민에 대한 복지 축소 등 강경한 난민 정책 공약을 앞세우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쿠르츠의 별명은 '분더부치(Wunderwuzzi)'로 영어로 번역하면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사람' 혹은 '원더 키드(Wonder Kid)라는 뜻을 가진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5월 국민당 대표를 맡은 뒤 당 전체를 장악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여 이같은 별명을 얻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당의 입장을 더욱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며 난민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국민당을 제 1당으로 부상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은 한 정치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오스트리아 중산층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이 사위"라면서 오스트리아판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혹은 저스틴 트뤼도(캐나다 총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