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장기화 현실로... '먹구름' 드리워진 삼성의 미래

2017-08-27 21:45

 


"일본이나 중국 기업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죄 확정을 내심 기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을 지켜본 한 전자업계 고위임원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부분에서는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삼성의 '불안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삼성 수뇌부가 지난 25일 1심 선고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경영공백의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리더십 부재가 결국 성장의 핵심이었던 ‘혁신’의 상실로 이어져 그룹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것으로 우려했다.

◆경영공백 장기화시 삼성 브랜드 가치 '우르르'
실제 이 부회장의 6개월 넘는 구속기간 동안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 사장단 인사 등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로인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혔던 전장사업은 물론 향후 신규 사업에 대한 진출전망도 극히 불투명해졌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집중하던 바이오산업 확대에 대한 진행도 더딘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5 공장 설립 여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 사업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가 향후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국가대표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삼성증권의 경우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진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형사소송이 끝날 때까지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 심사를 보류했다. 초대형 IB는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증권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하며 자본시장의 신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투자나, 조직 내부의 문제들은 체계적인 시스템하에서 계열사별로 대표이사들이 처리한다"며 "하지만 대규모 투자나 대외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부분에선 총수의 결정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 각 부문, 시장 지배력 '흔들'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시장 지배력에도 금이 가고 있다. 미국 퀄컴이 차세대 7나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대만 ‘TSMC’에 맡긴 게 대표적인 예다.

앞서 퀄컴은 세계 최초로 10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을 확보했던 삼성전자에 자사의 모바일 AP 생산을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7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가 TSMC보다 늦어져 수주 경쟁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수년간 세계 1위를 지켜왔던 TV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잃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당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가 39.0%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LG전자(35.8%), 삼성전자(13.2%) 순이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39.5%를 차지하며 LG전자(17.7%)와 소니(17.5%)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

대당 2500달러 이상 초프리미엄TV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작년 1분기와 동일한 40.8%의 점유율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소니는 같은 기간 점유율(34.4%)을 9.8%포인트 올린 반면, 삼성전자(11%)는 12.4%포인트 하락하며 3위에 머물렀다.

이 부회장의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서 '정경유착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도 삼성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느 원인이 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수합병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은 국내 1위 기업으로 국내외에서 가지는 의미와 그간 담당해온 역할이 크다"며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곧 한국 기업 전체로 전이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