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진칼럼]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생리학적 접근
2017-07-13 09:11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 갈등이 격화됐고, 대북정책을 전환하려던 우리 정부는 옹색해졌다. 북한은 재진입 능력과 추가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발사가 성공한 직후에 선언한 대로 도발을 지속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한 논리는 원인을 찾고 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A로부터 B가 비롯되었으니 A를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면 B도 제거되거나 억제된다. 핵·미사일 고도화의 근간이 되는 돈줄을 차단하거나 북한 정권 자체를 약화시키면 된다. 지난 보수정권과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이 상식에 기초한다.
국가의 본능과 안보의 논리는 암세포처럼 핵·미사일과 같은 위협을 증식, 또 증식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항일전쟁과 내전의 폐허 속에서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하고 급속하게 이를 전력화했다. 북한이 너무 더뎌 보일 정도의 속도였다. 당시는 중국이 미·소 양진영 모두로부터 고립되던 시기다. 중국은 외부와 격절된 채 실험실의 배지 위에서 증식되는 바이러스처럼 급격하게 핵·미사일을 증가시켰다. 생리학적 비유를 끌어들이자면, 고립된 채 조절과 항상성이 작동할 여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단선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고립과 적대를 통해 억제와 조절이 사라지면서 고도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는 몰라도 작금의 상황은 고립, 적대, 절멸이 아니라 북한의 암세포 같은 위협증식의 본능을 인정하면서 억제, 조절, 피드백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해야만 하는 생리학적 처방의 시기로 전환된 듯하다. 비록 우리가 선뜻 적응하기도, 기쁘게 수용하기도 어렵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