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대화를 향한 김정은의 ICBM 발사와 세 가지 의혹

2017-07-05 11:27

김정은 위원장이 화성-14호 발사시험을 참관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북한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분류되는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초고각 발사로 최고고도 2803㎞에 37분간 933㎞를 비행하여 추정거리 8000㎞ 내지 1만㎞라는 이번 발사는 미국 서부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친필로 이번 발사를 승인한 7월 3일은 2014년 초부터 육·해·공군과 동격의 제4군종으로 개편되어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북한의 ‘전략군’ 창설 기념일이라고 한다.

필자의 첫 번째 의혹은 이것이다. “김정은에게 내부 단결용 선전효과가 필요한 시점이었을까?” 질문을 바꾸면, “아직도 체제 내부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만큼 잠재된 내부의 반발로 체제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필자의 이 근거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김정남’을 암살한 시점에서 출발한다.

7월 4일은 또한 1974년 남북 간 체결한 ‘7·4 공동성명’ 45주년이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한국의 대북 문제 주도권 행사의 성과를 얻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화를 제안했다. 주요 언론들은 대부분 북한의 ‘화성-14형’ 발사가 한·미 모두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필자의 두 번째 의혹이다. “김정은은 조만간 진행될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아닐까?” 김정은이 준비할 수 있는 두 가지 확실한 카드 중에서 북한의 제6차 핵 실험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즉 전쟁을 감수해야 할 정도의 모험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김정은의 또 다른 선택은 그보다는 조금 약한 ICBM일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던 시진핑 중국 주석은 북한 제재와 사드 반대라는 양면 카드를 전개했다. 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진핑 주석이 준비한 제안도 북한의 ‘화성-14형’ 실험으로 효력을 잃었다. 시 주석은 이번에도 체면을 구긴 셈이 되었다.

북한은 한국이 원만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고무되어 있는 시점과 국제사회가 7~8일의 G20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는 시점을 선택했다. 북한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일종의 ‘잔칫상에 재 뿌리기’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효력을 발생했다.

필자의 세 번째 의혹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시 주석과 문 대통령 및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노선을 확신한 김정은은 오히려 한·미·중 정상의 대화 의지를 시험해 볼 필요성이 있지 않았을까?”

◆구체적인 ‘레드 라인’을 먼저 설정한 뒤, ‘남북대화’를 준비할 때

‘화성-14형’ 발사의 성공은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로부터의 강력한 제재를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든 김정은으로서는 확실한 대화 창구와 지지 파트너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았겠는가? 김정은은 분명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북한에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경고’와 함께 다시 한번 ‘대화’를 촉구했다. ‘남북대화’의 재개 시점은 상호 필요성에 따라, 그리고 우리의 준비 여하에 따라 오히려 머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화’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하고, 확실한 목표는 ‘비핵화’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스스로 실현 가능한 ‘레드 라인’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김정은 체제는 분명 불안정하다. 이 불안정성을 살피고 이를 남북대화 프로세스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주변국들의 이해타산에 대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자가당착적인 오만은 무조건 버려야 한다. 넷째, 확실한 대북정책의 전략전술 수립 이후 당·정·청의 일치된 단결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비핵화’와 ‘통일’에 대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중국차하얼학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