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네이버] (상) '脫포털' 네이버, 구글-바이두와 이제는 '자율주행' 경쟁
2017-03-30 05:00
네이버는 이제 '포털'이 아닌 '기술 플랫폼'이다. 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가 취임 전부터 강조해 온 '탈(脫) 포털'의 움직임이 제법 성공적인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10여년간 연구·개발해 온 인공지능 번역 '파파고', 웹 브라우저 '웨일', 인공지능 대화형 엔진 '네이버i' 등 기술들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가 힘 쏟는 것이 '자율주행 기술'이다.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라는 R&D(연구개발) 자회사를 만들어 자율주행 기술 서비스를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네이버의 자율주행 기술은 31일 '2017 서울 모터쇼'에서 첫 데뷔를 앞두고 있다. [편집자주]
아주경제 권지예 기자 = 네이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며 글로벌 IT기업 구글, 바이두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세 기업 모두 대형 포털 사이트를 보유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R&D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29일 네이버에 따르면 오는 30일 '2017 서울 모터쇼'에 하루 앞서 열리는 미디어데이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가 직접 공개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월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네이버의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생활환경지능 관련 모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랩스의 첫 결과물 공개이자, 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가 취임한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큰 행사다. 게다가 국내 IT업계서는 최초로 네이버에서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데에서 의미도 있다.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기술은 실제 도로에서 시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정 받아, 지난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네이버랩스의 기술이 고장 자동 감지 및 경고 기능, 비상시 수동 전환 기능, 최고속도 제한 및 전방 충돌 방지 기능 등 기본적인 안전운행 기능 요건을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가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은 1대로, 국산차가 아닌 일본 도요타 프리우스V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실험 중이다. 또한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기준 레벨 1~5 중 '조건부 자동화' 수준인 레벨4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벨4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네이버에 앞서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한 구글과 바이두는 각각 크라이슬러, BMW 차량에 기술을 적용시키며 개발이 한창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곳은 '웨이모'로 지난 12월 구글 내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부서가 별도 법인 분리됐다. 웨이모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 총 100대의 차량이 미국 미시간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글 역시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의미하는 레벨4다. 마지막 단계인 레벨5는 '완전 자동화'를 뜻한다.
바이두 역시 기술적인 면에서는 구글, 네이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 네이버와는 다른 기준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 바이두는 '제한된 자동화'를 의미하는 레벨3 수준으로, 현재 레벨4 '완전 자동화' 수준을 위한 기술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두는 지난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미국 캘리포니아 당국으로부터 자율주행 테스트를 허가 받았으며, 오는 2018년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2020년부터는 대량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바이두는 현재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그룹'에 소속된 자율주행부서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별도 법인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생활 공간 중 차 안의 공간은 무척 중요하다. 차 안에서의 움직임에 대해 파악하고 실험하고 그에 따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네이버가 서비스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자율주행 기술을 두고 사업화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