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심판] 헌재 "민주주의·법치주의 위반"...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
2017-03-10 12:02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이유로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훼손을 들었다. 재판권 만장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시켰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10일 오전 11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숨기고 최씨의 사익추구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인 헌법수호 의지조차 없다고 봤다.
◇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은 박 대통령의 운명을 결론지은 핵심 쟁점이었다. 헌법에서 제1조 국민주권주의, 제67조 제1항 대의민주주의,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 대통령의 헌법 수호·준수 의무 등 연관성이 많다. 앞서 국회는 정책·인사 자료까지 최씨에 보내 적극적으로 사인의 국정개입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 측은 국민 눈높이에서 연설문 일부 표현 등 소극적으로 의견 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헌재는 여러 헌법 조항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봤다. 국가 문서에 대해 유출하고 비밀유지를 어기며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법치주의 원리와 의무를 훼손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은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을 숨기고 개인의 사익 추구를 도왔다며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 권한남용
헌재는 국회 측의 의혹을 상당 부분 사실로 재확인시켰다. 이 대행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각종 인사 및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했다"며 최씨가 대통령 직무 및 공직후보자 임명 등에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동설립·운영으로 사실상 판단했다. 이 대행은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해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과 288억 원을 각각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게 했다"고 낭독했다. 또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전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 언론자유 침해
국회에서는 '정윤회 문건'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의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 등에 청와대가 조직적 관여하며 탄압했다고 알려왔고, 대통령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줄곧 해명했다.
이 권한대행은 결정문 이유를 읽으며 "세계일보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의 보도 사실과 청와대 문건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면서도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공표하며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국회 측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지휘 총책임자로 적절한(마땅히)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일 보고받지 못할 상태에 있었다"것에 반해 대통령 측은 관저 집무실에서 상황 보고받고 구조 지시 등 노력을 다했다고 반박해왔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국가가 국민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 행사 및 직책 수행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직접 구조활동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정리했다. 또 헌법상 명시된 직책 성실성 여부는 탄핵 소추 사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박 대통령이 최씨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대가성' 뇌물을 받았는지가 골자다. 헌재가 추린 소추 사유에 포함되긴 했지만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헌재는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록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상태였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뇌물혐으로 유죄 판결을 받지도 않은 터라 헌법이 아닌 형사재판 관련 사안을 결정문에 반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소장은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단락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