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보수 아이콘 급부상… 문제는 '출마 명분'

2017-02-02 14:08
"심판이 선수로 뛰는 꼴" "중도층 확장 한계" "정치경험 전무…제2반기문 될 수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보수 진영의 유력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직후 JTBC가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 전 사무총장의 지지율을 황 권한대행이 고스란히 흡수해 2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교체 위기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이 반 전 총장의 ‘대체재’인 황 권한대행 쪽으로 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60대 이상 연령층과 대구경북(TK)지역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설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황 권한대행 본인이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 않은 상태이고, 행보 역시 여느 대선주자 못지않았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 불출마선언 다음날인 2일 5개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주자급 광폭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국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에 위기 대처를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는 야권의 공세를 막고 향후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관리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3월 중순 내 이뤄진다고 볼 때 황 권한대행의 출마 결심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시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권한대행이 공직을 사퇴할 경우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행정부 최고 수반이 된다. 유 부총리의 직책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총리 모두 공석인 비정상 국정을 초래하면서까지 대선에 나서느냐는 비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명분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해야 할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된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인터뷰에서 “황 총리께서 총리직을 사퇴하시고 대선에 뛰어들면 국정의 혼란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며 “유일호 부총리께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렇게 되는데 이건 국제적인 웃음거리”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 분이 실질적으로 후보로 나왔을 경우에 박근혜 정권의 실패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야권으로 봐서는 가장 상대하기 가벼운 후보”이며 “대선 구도에서의 필패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고 폄하했다.

야권은 당장 황 권한대행을 향해 박근혜정부의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로 승승장구하면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세월호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 외압과 진실 은폐 지시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주도했다며 포문을 열 기세다. 총리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병역 면제, 전관 예우 특혜 등의 의혹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떠받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중도로의 확장성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공안검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혹독한 검증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제2의 반기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의전을 중시해 '의전 총리'라는 구설수에 오를 정도였던 황 권한대행이 '꽃가마'를 기대하고 대선에 뛰어든다면 결국 반 전 총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설령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친박 색채가 강해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