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 '조기대선' 관측에 빨라지는 행보
2017-01-30 16:52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출마 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상대를 향한 견제도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30일 바른정당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은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보수 후보로 단일화 노력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며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 문제를 거론했다. 유 의원은 설 연휴 전날인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저는 원칙있는 연대를 말해왔다"면서 "보수가 나아갈 큰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라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이날 보수진영의 새로운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거리를 두며 견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황 권한대행을 향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출마하는 게 과연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황 총리가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지금 당장 결심하고 나와야 떳떳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남 지사가 주장하는 모병제를 언급하며 "지금 대한민국에 모병제 말고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게 그렇게 좁은 토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남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낡은 정치와 행정이 만들어 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사교육 폐지, 모병제 등 공약들을 소개해 온 남 지사는 지난 25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설 명절 당일 고향인 충북 충주와 음성을 방문한 이후로는 별다른 공식일정 없이 정책 구상을 다듬고 있다. 설 연휴 중 손학규 국민주권회의 의장,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차례로 회동하며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가능성을 높였지만, 구체적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고, 원유철 의원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황교안 권한대행을 대안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설에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도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야권의 경우 지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월 중순경 경선캠프 구성을 마치고, 2월 말 혹은 3월 초 출마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재 판결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그 때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후발주자들의 행보를 배려한 차원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연휴가 끝나는대로 캠프 구성과 후보 등록에 나서기로 하며, 대권 레이스에 도전할 채비를 마쳤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회동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인 '공정성장', '동반성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연대 가능성을 높였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9일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이들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한 기득권 체제와의 결별과 교육·과학기술·창업 분야의 혁명적 변화 등에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제3지대'와의 연대 플랫폼을 내세운 국민의당에서 '자강론'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친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에게서 떨어져나가는 지지층을 흡수해, 문 전 대표와 '2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잠룡으로 분류돼 온 주자들 가운데서 불출마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어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아직까지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신중한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어 불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