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배고픔에 막거리 훔친 20대 실직자..."배고파서 그만" 눈물의 반성
2017-01-29 14:59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설날을 맞아 풍성함으로 가득했던 연휴 기간, 조선소에서 일하다 실직한 20대 남성이 이틀 동안 수돗물만 마시다가 배고픔에 견디다 못해 막걸리를 훔치다 경찰에 검거 됐다.
29일 부산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사하구의 한 마트에서 정모(26) 씨가 1천100원짜리 막걸리 한 병을 훔쳤다가 마트 주인 안모(45) 씨에게 붙잡혔다.
정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돼 신평파출소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너무 배가 고파서 막걸리를 훔쳤다"며 눈물을 쏟았다.
경찰 조사결과 정 씨는 최근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실직한 뒤 부산으로 내려와 친구나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이틀간 수돗물로 끼니를 때웠다. 정 씨에게는 부모가 있었지만, 연락할 수 없는 사정인 데다 손을 벌릴 친척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마트 주인 안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다시는 물건을 훔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정 씨를 훈방 조치했다.
경찰은 연휴 기간 정씨가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도록 쌀과 라면 등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사하경찰서 신평파출소 관계자는 "배가 고파 설 명절에 막걸리를 훔쳤다는 사람을 처벌할 수 없어 훈방조치했다"며 "연휴 이후에 인근 신평공단 등에 일자리를 소개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