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자작나무숲에서

2017-01-30 13:00
김경래 시인(OK시골, 카카오스토리채널 ‘전원주택과 전원생활’ 운영)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혼자 선 것들은
누구나 외롭지
외로워 더욱
곧추서게 되고


비늘 없는 맨살로
겨울 벌판에 서면
추위에 언 정수리마다
서슬 푸른 외로움
얼음 같이 맑고 찬 결정
새벽별이 뜨고


너에게로 가는 길을
일러주는
서릿발 같은 말씀


곧추 선 것들은 누구나
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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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도 지나고 온전한 새해를 맞았다. 조금만 있으면 남도의 봄소식이 들려올 텐데 산촌은 아직도 한 겨울이다. 겨울엔 따뜻한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춥고 외롭다. 그 한적함과 적적함이 산촌의 겨울나기 재미고 멋이다. 겨울 숲에서 하늘로 곧추 선 자작나무들을 본다. 겉모습은 희고 여리지만 서 있는 모습은 하나같이 추상같다. 서슬 푸른 결기가 느껴진다. 혼자 서 있는 것들은 누구나 외롭다. 외롭기 때문에 더욱 더 높이 서게 되고… 간혹 사람들은 외로움을 피하려다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되고, 자신의 이미지도 다친다. 외로워 만난 인연들에 실망하고 거기에 엮여 힘들어 지고, 외로워 시작한 일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괴로워한다. 좋은 인연이나 좋은 기회는 외롭게 기다린 뒤에 온다. 하늘 높이 곧추 선 것들은 모두 혹독한 외로움을 이긴 결실인지도 모르겠고, 곧추 선다는 자체가 바로 외로움인지도 모르겠다. 겨울 자작나무 숲에서 진정한 외로움을 배우고 진정 곧추 서는 법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