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팬텀싱어의 성공과 대선 경선

2017-01-28 01:23
팬텀싱어의 성공요인을 당내 경선에 도입해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JTBC가 선보인 새로운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싱어가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팬텀싱어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그 결을 달리했다. 경선과정이 독특했다. 무엇보다 팀을 형성하고 팀별 경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4명으로 이뤄진 3개의 팀이 결승을 펼쳤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최종 팬텀싱어로 등극했는데, 이 팀의 구성이 독특했다. 고훈정과 이벼리, 김현수, 손태진 등 4명 중 가장 눈길이 가는 사람은 이벼리였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했다. 클래식과 가요의 융합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던져주었는데, 그러다보니 성악 전공자들이 유독 많았다. 그들의 가창력은 탁월했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곧바로 음원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쟁쟁한 이들 가운데 이벼리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제대로 된 음악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외모도 다른 참가자에 비해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는 투박함과 솔직함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불렀던 ‘어느 봄날’은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같이 불렀던 카운트테너 이준환군과의 호흡으로 단숨에 인기곡이 됐다.

팬텀싱어는 애써 연출진이 개입해 감동스토리를 만들지 않았고, 팀별 조화에 대한 경쟁으로 최종 3팀을 선발한 방식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4명의 앙상블이 펼치는 화음과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 많은 곡들이 음원차트에 등장해 귀가 호강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팬텀싱어는 이날 마지막 장면에 다음 편도 예고했다.

팬텀싱어의 성공을 보면서 벚꽃대선으로 치러질 대선 레이스를 떠올렸다. 의도하지 않은 연출, 개인의 순수한 가창력 평가와 팀의 화합 중요성 등은 대선 주자들이 반드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의도하지 않은 연출은, 대선 경선룰에 적용시킬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특정인을 위한 경선룰이 아니라 경선 참여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함이야말로 후보 선출을 위한 기본이다.

여기에 개인의 순수한 능력은 그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면밀한 검증 작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팀의 화합은 당내 주자들의 건전하고 당당하며 투명한 경선에 비유될 수있다. 그동안 대선 과정을 돌아보면, 당내 경쟁이 오히려 본선 경쟁보다 더 얼룩진 경우가 많았다. 상대 후보를 향한 비난은 금도가 없고, 상대를 깍아내리기에 급급하다 결국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번 팬텀싱어에는 베이스에서 테너에 이르기까지 각 음역별로 맡은 역할에 충실한 팀이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선 주자들도 캠프를 꾸릴 때 이 같은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헐뜯기보다는 각 주자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강점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결국 대선은 당 대 당의 경쟁이다. 경선 과정을 잘 치르다보니 그 과정이 축적돼 상대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로를 페이스메이커로 부르는 것은 잘 계산된 대선 레이스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 최종 경주에서 이기는 것이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안 지사가 26일 KBS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물었을 때 상대방에 대한 평가보다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물어달라며 문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은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설날이다. 각 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고향에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며 밥상머리 설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대선 레이스에 최종 승리하기 위해 각 당과 대선 주자들은 팬텀싱어의 성공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기를 권유한다. 벚꽃대선이 실시될 경우에도 팬텀싱어의 이벼리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