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축산의 미래

2017-01-25 11:13
오성종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오성종 국립축산과학원장[사진=농촌진흥청]

사람들은 돼지들이 모두 ‘꿀꿀’ 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듣는 돼지의 울음은 참 다양하다. 오리처럼 ‘꽤액’거릴 때도 있고, 꿀꿀에 가깝지만 ‘꾸이이익 꾸이익’거리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돼지 울음은 ‘우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기분 좋을 때, 배고플 때, 동료 돼지와 싸울 때, 모두 다른 소리로 반응한다.

오래 동거한 주인도 헷갈리는 언어지만 이 발성음과 행동, 체온 등의 생체정보는 우리가 동물을 가장 알맞게 사육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다.

작은 정보가 여럿 모이면 돼지 사육의 핵심 자료가 만들어진다. 마치 막대한 바둑 기보를 분석해 적절한 수를 찾아낸 ‘알파고’처럼 말이다.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을 핵심기술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증기기관, 전기, 전자정보기술로 시작된 1, 2, 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융합되고 데이터가 힘을 갖는 초연결, 초지능 사회’를 표방한다.

과거 산업혁명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것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것을 데이터화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축산에 스며든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어느 분야보다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농가인구의 38.4%가 65세 이상으로 심각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농축산업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2011년 1만3487명에서 2016년 1만6996명으로 26% 늘었다. 외부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농업선진국은 이미 기후변화와 고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 첨단화를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인 ‘듀폰’은 인공위성에서 위치정보를 받아 밭을 가는 트랙터와 무인 이양기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일본 ‘모토카와 목장’에서는 목장관리를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시스템을 도입해 소의 건강 상태와 우유생산량을 예측한다.

국내 농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농업 발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육정보, 기상정보, 농기자재 정보가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농업생산시스템은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천재지변으로 인한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선호도를 분석하면 출하량 조절은 물론 소비자 맞춤형 농산품, 주문시스템 등이 가능해진다. 특히 식물에 비해 예민한 동물을 다루는 축산분야에서 더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각종 환경측정센서를 설치해 가축의 사육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사육단계별로 가장 적당한 환경을 만드는 원격 제어기술이 그것이다.

이미 국내 돼지 사육농가에서는 어미 돼지의 나이나 분만새끼 수에 따라 자동으로 사료량을 조절‧급여하는 장치가 등장했다.

낙농가의 젖 짜는 일은 로봇이 대신한다. 닭 사육 농가에서도 사료섭취량과 알 낳는 개수 등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며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이런 장치가 사람의 조작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기계에 장착된 인공지능(AI)이 제반 데이터를 분석해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고 작동한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일처럼 급속하게 밀려올 4차 산업혁명,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파도의 흐름에 맞춰 리듬을 타야 한다.

극심한 국제 경쟁에 노출된 축산업도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스마트 축산기술이 적용될 때 개방의 파고도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미래는 언제나 먼저 준비하는 쪽이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