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규진 펀딩포유 대표 “국민창업시대 열어준 크라우드펀딩"

2017-01-30 06:00

이규진 펀딩포유 대표는 "중국 완다그룹이 2015년 크라우드펀딩만으로 수많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때부터 크라우드펀딩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조달과 마케팅이라는 두 날개를 가지고 있다. 투자자는 소비자인 동시에 마케터 역할까지 맡는다. 바로 이런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규진 펀딩포유 대표는 30일 아주경제와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는 자금을 공급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와 기업이 공동이익을 위해 함께 뛰는 상생 모델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크라우드)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펀딩)'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핀테크(금융+기술) 영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크라우드펀딩은 다시 기부‧후원형과 대출형, 증권형으로 나눌 수 있다. 펀딩포유는 기부‧후원형과 증권형 업무를 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온라인투자중개) 업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면 다수 개인과 기업이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재무 나빠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펀딩포유는 유망 중소기업, 특히 재무적으로 아직 취약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펀딩포유는 2016년 10월 개그맨 허경환과 손을 잡기도 했다. 허경환씨가 내놓은 다이어트 닭고기 전문 브랜드 '허닭'과 손잡고 1년 만기 채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허닭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3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주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찍은 덕에 이달 17일 조기상환이 이뤄졌다. 고병원성 조류독감(AI) 영향으로 육계시장과 치킨사업이 바짝 위축된 가운데 일군 큰 성과다.

허닭은 투자자에게 새 제품과 커피 쿠폰을 제공했다. 투자자는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를 전파했다. 매출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다. 바로 이런 사례가 이규진 대표가 말하는 상생 모델이다.

업계에서도 허닭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철저한 투자자 관리와 꼼꼼한 기획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펀딩포유를 직접 찾아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규진 대표는 "마카롱이나 케익 같은 디저트를 만드는 루시카토가 먼저 연락했고, 펀딩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입점업체인 루시카토는 한 달 전 펀딩포유와 함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3000만원을 모았다.

펀딩포유는 무엇보다 발전 가능성을 본다. 이규진 대표는 "사업에 처음 뛰어든 스타트업은 대개 재무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며 "대표와 임직원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꼼꼼하게 관찰한다"고 말했다.

◆펀딩성공률 86%로 업계평균 2배

사실 이규진 대표는 본업이 건설업이다. 두진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중국 부동산기업인 완다그룹이 크라우드펀딩으로 대규모 개발자금을 모으는 것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규진 대표는 "주택사업을 하던 내게 크라우드펀딩은 생소한 분야였다"며 "2015년 완다그룹이 크라우드펀딩만으로 수많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2015년 1월 자본시장법을 고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길을 열어줬다.

이규진 대표는 같은해 6월 펀딩포유를 세웠다. 그는 이듬해 7월 펀딩포유를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등록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들었다.

이규진 대표는 "2016년 8월 첫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7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며 "그 가운데 6개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86%에 이르는 펀딩 성공률이다. 이에 비해 선두업체인 와디즈가 최근 1년 동안 시도한 펀딩은 87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42건만 성공했다. 펀딩포유가 추진한 프로젝트 수가 훨씬 적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공률이다.

정부가 밝힌 통계를 봐도 마찬가지다. 크라우드펀딩 시도는 최근 1년 동안 261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46%에 해당하는 121건만 펀딩에 성공해 180억원을 모았다.

◆올해 문화예술 분야 펀딩 강화

펀딩포유는 올해 문화예술 분야 펀딩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익을 먼저 고려하기보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이에 펀딩포유는 2월부터 황욱 감독의 단편 영화 'LIVE HARD'를 제작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LIVE HARD는 성공을 갈망하는 홍대 인디밴드 뮤지션들의 오디션 도전기를 다뤘다.

황 감독은 필리핀 한국인 납치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영화 ‘개 : Dog Eat Dog’를 기획, 연출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해당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작으로 선정돼 2015년 3월 극장에서 상영되는 등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규진 대표는 "그동안 영화관련 펀딩을 다수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드라마 분야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갖고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2016년에 이어 기부형‧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면서 올해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도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