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출신 한국대표 경주마 '메인스테이',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 우승

2017-01-22 15:01

'두바이월드컵 카니발' 메인스테이 경주 장면.[사진=렛츠런파크 부산경남/ERA공식홈페이지.]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한국 경마에 '박태환'이 탄생했다. 부산경남 출신 한국의 대표 경주마 ‘메인스테이’가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DWCC)'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명마가 모여드는 '두바이 월드컵' 무대에서 비록 예선전이긴 하지만 한국말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지난 19일 오후 9시 25분, 1200m 단거리 경주에 출전한 '메인스테이'는 출발 직후부터 쏜살같이 달려 나가 경주 내내 선두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저력을 보이며 1위로 결승선을 갈랐다. 주파기록은 1분 11초 63. 자신의 최고기록을 2초 가까이 단축하며, 전 세계 경마인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함께 출전해 기대를 모았던 '서울불릿'은 경주 초반 벌어진 경주마 간 충돌로 아쉽게 4위로 경주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막판 놀라운 추입력으로 후미에서 4위까지 앞서나온 저력은 현장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은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이자 경마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두바이 월드컵(DWC)'의 예선전으로 볼 수 있다. '두바이 월드컵'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시작되어 그 역사는 길지 않으나, 막툼 왕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미국 '켄터키더비', 호주 '멜버른컵', 프랑스 '개선문상'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로 손꼽히며, 우승상금만 무려 600만 달러에 달한다. 단일경주로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바이 월드컵'은 '예선전(Dubai Worldcup Carnival)-준결승전(Super Saturday)-결승전(Dubai Worldcup)'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바로 그 첫 단계가 이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이다. 일종의 예선전인 이 대회는 1월 5일부터 2월 23일까지 9주간 개최된다. 장소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메이단(Meydan) 경마장이다.

'카니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경주마에 한해 준결승인 '슈퍼 새터데이(Super Saturday)'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슈퍼 새터데이'는 3월 첫째 주 토요일에 펼쳐진다. 이 단계에서도 좋은 성적과 우수한 활약을 선보인 경주마에게는 3월 25일 바로 꿈의 무대, '두바이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한국 경마계 '어벤저스', 두바이 출전 전부터 이번 출전마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에 도전장을 낸 한국 경주마는 모두 5두. '트리플나인', '파워블레이드', '디퍼런트디멘션', '서울불릿', '메인스테이' 모두 이름만으로도 국내 경마팬들에겐 설렘을 던져주는 명마(名) 중의 명마다.

특히 '트리플나인'의 경우 2015년, 2016년 2년 연속 연도대표마로 선정될 정도로 그 명성이 막강하다. '파워블레이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KRA컵 마일', '코리안더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의 우승트로피를 휩쓸며 국내 최초 통합 삼관마에 등극한 '파워블레이드'는 그 우승으로 거둔 순위상금만 무려 9억 5천만원에 달한다.

'파워블레이드'는 본래 체력은 약했으나, 장수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렛츠런팜에서 꾸준히 '언덕주로' 훈련을 하며, 지구력과 심페기능을 길렀다.

'메인스테이'와 '디퍼런트디멘션' 또한 단 한 번도 순위상금을 놓쳐본 적 없다. 이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 출전 경주마 라인업이 확정되자, 한국 경마계가 들썩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이들 중 가장 먼저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DWCC)'의 입상 포문을 연 건 '파워블레이드'였다. 두바이 현지시간으로 12일 오후 8시시 15분, 1600m 경주에 출전한 '파워블레이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명마 14두와 겨뤄 당당히 3위로 입상했다. 초반 자리싸움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중반 이후부터 특유의 강력한 추입능력을 선보이며 기적의 레이스를 선보였다.

특히 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든 이후 경주로 안쪽 코스를 확보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워블레이드'와 함께 출전한 '디퍼런트디멘션'은 경주 후반부 힘이 딸리는 모습을 보이며 아쉽게도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경주 초반 '디퍼런트디멘션'이 보여준 선입력에 감탄을 자아내며, 단거리 경주 출전을 추천했다.

한국 최고의 경주마 '트리플나인'도 19일 오후 8시 15분 두바이 데뷔전을 치렀다. 출전 전부터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트리플나인'은 2000m 장거리 경주에 출전했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출전마 중 국제레이팅이 105로 가장 높았다. 높은 레이팅으로 인해 부담중량도 60kg로 가장 높았다. 부담중량은 경주마가 경주 중 짊어져야하는 무게(기수 몸무게, 마장구 등 포함)로 경주마들의 기량을 비등하게 맞추기 위한 장치다. 기량이 뛰어난 경주마일수록 부담중량도 높아진다. 높은 부담중량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트리플나인'은 결승선을 400m 남기고 추입에 성공하며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경주 초반 다른 경주마들에 치이며 위치선점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주 막판 무려 4마리를 제치며 1위를 목전까지 추격했다. 한국에서 생산, 훈련한 말이 2000m의 장거리에서 최고중량 60kg를 극복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마계에는 큰 선물이다.

한국 출전마들이 기대이상의 선전을 보이자 국내 관계자들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예선을 넘어 준결승, 그 후 결승까지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상 준결승인 '슈퍼 새터데이'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 국제레이팅을 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1월 '카니발' 경주 결과, '메인스테이'는 레이팅 101을, '트리플나인'은 106, '파워블레이드'는 100의 레이팅을 기록하게 됐다. 3두의 경주마가 국제레이팅 100선에 안착했기 때문에, 거리적성과 컨디션만 잘 맞춘다면 준결승까지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는게 한국마사회 관계자의 의견이다.

또 1600m 경주에서 3위로 입상하며,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 선전의 신호탄을 터뜨린 '파워블레이드'는 '가장 아름다운 말(Best Turned-out)' 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경마일마다 매일 1두씩에게만 부여되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 심사위원은 경마장을 방문한 주요인사들 중 경마 시행체인 '두바이레이싱 클럽'이 지명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1962년 한국마사회가 처음 설립된 이후, 한국 경마는 지속적으로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경마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 결과, 작년 4월 감격의 PARTⅡ 승격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선진국 최고 수준을 상징하는 PARTⅠ으로 승격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이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 승전보도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한국마사회는 꾸준히 경마 산업을 발전시켜 '스포츠 경마 선진국'으로서 국위선양하고자 한다. 이러한 의지를 통해 한국 말산업 전반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출발점이 바로 이번 '두바이월드컵(DWC)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