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기관‧외국인은 대박 개미는 쪽박

2017-01-22 10:37

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취임 때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의 주가가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은 반도체·철강·화학·은행 등 업황 호조가 전망되는 종목들을 골고루 쓸어 담으며 연말·연초 효과를 톡톡히 봤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9일부터 이번 달 19일까지 개인의 순매수액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9.12%로 집계됐다.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종목은 한미약품(-18.16%)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을 1208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10개 종목 가운데 4번째 규모였다.

늑장공시 파문에 주가가 수직 낙하하자 반등을 노리고 대거 ‘사자’에 나섰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기술계약이 또 한 번 해지되는 등 악재가 이어진 게 요인이 됐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물산(4348억원)이었고, 주가가 14.19%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삼성물산에 뭉칫돈을 쏟아 부었지만, 기관이 3790억원어치(기관 순매도액 2위)를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이끄는 바람에 손실을 봤다.

순매수액 2, 3위는 한국전력(-5.76%)과 KT(-8.21%)였다. 이 기간 9% 넘게 빠진 한화테크윈은 5위에 올랐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셀트리온(9위)만이 수익을 냈는데, 수익률은 3.39%에 그쳤다.

반면 기관은 순매수액 상위 10종목 모두 주가가 올랐다. 이들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5.33%였다.

순매수액 1위는 SK하이닉스(3387억원)로 이 기간 주가는 25.09% 뛰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호조 전망에 새해 들어 1년7개월만에 5만원대를 찍었다.

2, 3위는 한국항공우주(2351억원)과 LG화학(1780억원)으로 각각 4.53%, 11.78% 상승했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종목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한 9개 종목이 올랐다. 외국인의 순매수액 1위 종목은 POSCO로 철강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힘입어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가는 20.09% 올랐다.

금리 인상 기대감에 은행 대표주인 신한지주는 10.45%나 오르며 코스피 시가총액 10위(삼성전자우 제외)로 뛰어올랐다.

중국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우려로 타격을 받은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14.09%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