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융 규제의 적절한 '네거티브화'
2017-01-23 06:00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금융사를 출입하기 전에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던 것을 최근 여실히 느끼고 있다. 바로 '금융=규제'라는 점이다.
언제나처럼 기사 작성에 필요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큰따옴표로 인용했다. 절대 과장하거나 비틀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돌아온 반응은 노출된 해당 내용이 정부의 규제를 받는 입장에서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사실인 내용을 취재에 응해 이야기한 것은 맞지만, 보다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설명이다. 들은대로 옮겼을 뿐인데 이런 일은 비단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금융 규제와 관련해선 올해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내용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두주자인 K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연초에 본인가를 신청했으며 두 곳 모두 올해 상반기 내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매번 미끄러지고 있다. 규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출범은 할 수 있지만 본래의 취지에 맞는 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금융 규제가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정 행위를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것으로, 지금의 '포지티브(positive)' 방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물론 전 영역에 걸쳐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고, 적어도 새로 육성 중인 사업에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로 해외 선진국가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사업 모델의 밑바탕이 되는 금융 환경 및 규제 등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 규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단 새로운 사업이 일정 수준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행 착오를 거치더라도 규제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금융 규제는 은행 등 민간 사업 영역도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올해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금융인 스스로 '금융기관'이란 말 대신 '금융회사'라고 표현하자"고 전했다. 금융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생각하는 의식부터 갖춰야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는 과거 금융 위기 등을 겪은 처지에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다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열린 자세를 동시에 갖추는 소양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