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서 기업들 사이 트럼프에 기대와 경계심 교차
2017-01-19 11:30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한 해 전만 해도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재계 지도자들의 고민거리에 도널드 트럼프는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1년만에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는 논의의 가장 중심에 섰다.
올해 다보스에 모인 기업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의 성장률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보호무역이나 기업 겁주기 등에 대한 우려가 교차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트럼프가 약속한 세제 개편이나 인프라 투자의 규모와 시기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트럼프가 GM, 록히드마틴, 제약업체 등 특정 기업과 업종을 골라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만큼 누가 언제 어떤 불똥을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지적했다.
광고에이전시 WPP의 CEO인 마틴 소렐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미국에 도움이 되겠지만 나머지 국가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의 문제는 미국에서 취하는 이득이 전 세계에서 얻는 손실로 상쇄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자산운용의 설립자가 트럼프의 특사로 다보스 포럼에 파견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백악관 참모직 수행을 위해 스카이브릿지를 매각한 그는 올해 포럼장을 누비면서 정재계 지도자들에게 트럼프의 정책을 홍보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았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그의 임무가 우선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인들 사이 우려도 많았지만 트럼프의 친기업적 아젠다와 성장률 제고를 위한 경제 부양책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의 캐시 엥겔베르트 딜로이트 CEO는 “낙관론이 퍼져있다. 기업들은 정치보다는 세제 혜택이나 인수합병 환경 개선, 인프라 프로젝트 등 친기업적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동물적 감각”과 강력한 추진력이 경제 역동성을 살려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인포시스의 비샬 시카 CEO는 “트럼프는 그 자체로 혁신의 아이콘이자 사업가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친혁신적 친기업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트럼프가 해외자금의 본국 회수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경우 많은 자금이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엥겔베르트는 "잠자고 있는 돈이 많다. 기업 총수들은 신규 출범 정부와 의회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맥킨지 미국지사 대표인 개리 핑커스는 "사람들은 우리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는 낙관론에 차있다. 그러나 새로울 출발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일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