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면한 이재용 회장, 삼성 “일단 위기 모면”
2017-01-19 04:59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적 구속을 면함으로써 삼성그룹은 일단 큰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19일 새벽 4시 54분께 법원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최악의 사태까지 가게 되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이 발표 후 구치소를 빠져 나오는 장면을 접한 뒤에는 환호성을 질렀다.
◆불기소 처분, 향후 수사에도 긍정적
삼성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으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증거 인멸이나 해외 도주 등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우리의 의견을 법원이 받아들여줬다. 앞으로의 수사 및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일반인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며, 제한적이지만 경영활동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아직 혐의가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불구속 기소 처분은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도 삼성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될 전망이다.
◆그룹 경영 시스템 유지에 안도
특히 붕괴 직전에 몰렸던 삼성그룹 경영 시스템을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그룹은 오너십과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인 체제의 삼각편대로 움직여왔다.
이 가운데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해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 오너십을 발휘하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다면, 삼각 편대 가운데 두 개 축이 무너져 그룹 경영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일단 경영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면서 “그룹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는 잠재해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2인, 3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나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계속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경영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날 삼성 경영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던 최 부회장, 장 사장과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을 필요하다면 추가 소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되었으니, 이들에 대한 조사는 더욱 강하고 집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삼성그룹은 현재 운영중인 사장단 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당장 해체가 어려운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때까지 규모를 대폭 축소한 과도기 성격의 TF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롭게 만든 두 축으로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반삼성 정서’ 해결 방안 모색중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사태로 확인한 ‘반삼성 정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 드린다”면서 “국민기업 삼성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여론의 목소리를 듣고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이 진출한 해외국가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