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한강 찾은 ‘천연기념물 수달’

2017-01-18 12:00
1973년 이후 자취 감춰…천호대교 인근서 4마리 포착
유입경로 추적 등 서식지 환경 마련 탄력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 돼있는 수달. 지난 2일 44년 만에 한강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진제공=환경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국내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 돼있는 수달이 한강에서 발견됐다. 지난 1973년 팔당댐 건설 이후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던 44년 만에 수달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포착된 것이다.

18일 한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어미 1마리와 새끼 3마리로 구성된 수달 가족이 서울 천호대교 북단 일대에서 무인카메라에 잡혔다.

이번에 발견된 수달 가족이 ‘암사~고덕~미사수변습지’를 서식지로 하고 팔당댐 하류 한강 남·북단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돼 수달 서식환경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곳이라는 게 한강유역환경청의 설명이다.

수달이 한강에 살고 있다는 정황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3월 한강 지류인 탄천에서 수달 1마리를 봤다는 시민제보가 있었으며, 한강유역환경청은 그해 4월부터 한강 팔당댐 하류부터 하구까지 총 92km에 걸쳐 수달 생태계 정밀조사를 벌였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이 일대에 총 10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한 결과 지난해 8월 천호대교 북단 일대에서 수달 배설물과 먹이활동 흔적을 발견하며 성과를 올렸다.

또 지난해 10월 수달 1마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일에는 암컷 1마리와 새끼 3마리로 구성된 가족의 활동 모습을 촬영했다.

수달은 한강을 비롯한 전국 강과 하천에서 과거에 흔하게 발견되던 족제비과 포유류지만 수질 오염과 모피를 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한강의 경우 1973년 팔당댐 건설로 상·하류 수생태계가 단절되고 서울 도심부 한강 고수부지 개발로 서식지가 축소되면서 팔당댐 하류 한강에서는 수달이 자취를 감췄다.

수달은 주로 야행성으로 수중 생활에 알맞게 전체적으로 유선형의 몸체를 갖고 있으며, 송곳니가 발달됐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으며 우리나라도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하며 개체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강에서 수달이 발견되면서 한강유역의 생태계 보호와 복원 사업도 탁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수달 생태와 세력권을 고려할 때 수달 새끼가 어미로부터 독립하면 개체 간 서식지 충돌이 예상됨에 따라 한강 전 구간에 대해 생태연결성을 고려한 보호·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박사는 “한강에서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수생태 건강성을 나타내는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이 일대의 생물다양성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달이 한강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일대를 개발할 때 생태기법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정기 한강유역환경청장은 “한강에 서식하는 수달 개체수와 행동범위 확인 등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문화재청, 서울특별시, 전문가 등과 협력해 수달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