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확대에 인수위 물밑 접촉까지"..트럼프 행정부에 대비하는 기업들
2017-01-18 12:54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선포한 가운데 기업들의 분주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와의 정면 충돌을 피하는 동시에 물밑으로는 로비 단체를 내세워 대외 무역협상 추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자유무역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들이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 기업들 앞다퉈 ‘생색내기용’ 투자 계획 발표
월마트는 올해 신규 매장 및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에 68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GM도 올해 미국에서 1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1500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앞서는 전자상거래 공룡인 아마존닷컴이 미국 내 일자리 1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포드는 멕시코 공장 신설을 취소하고 미시간 공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염두에 둔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기업들 팔 비틀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미국에 파는 물건은 미국에서 생산하라며 협박성 투자 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그는 트위터를 통해 GM, 월마트,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등에 감사를 표하며 자신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찬했다.
◆ 내부적으로 무역협정 추진 위해 인수위와 접촉
한편 미국 재계는 로비 단체를 내세워 태평양 연안국을 아우르는 무역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트럼프 인수위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단체들은 트럼프 정부가 TPP를 기존 조건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수정된 형태의 무역협정이 마련되길 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계는 미국의 수출이 늘어야 미국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한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였던 찰린 바셰프스키는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일본, 베트남, 호주, 멕시코, 캐나다 등 TPP 회원국들은 미국의 참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TPP 조항의 일부 수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미국의 경제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미국 농업협회, 페덱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트럼프 인수위에 환태평양 무역협정 폐기 공약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환태평양에서 미국 대신 중국 주도의 무역질서가 자리잡아 결국 미국 기업들에 손해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TPP에 따른 전략적 혜택을 이해해야 한다"며 “TPP의 즉시 폐기보다는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의 로비는 아직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내각 인사와 직접 접촉할 수 없는 만큼 우선 통상 관련 경험이 있는 인수위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석유회사 엑손모빌 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틸러슨은 “TPP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TPP가 합의될 때 모든 미국인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트럼프의 의견에는 일부 동의한다"며 완전한 파기보다는 수정 등의 다양한 선택 가능성을 열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