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남아 투자 확대…한국경제 입지 흔들

2017-01-16 15:02
美·中 무역전쟁 우위 포석…확실한 우군 다지기 돌입
신흥국 무역 축소 불가피…현지화 등 투자확대 필요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 짓고 있는 38층짜리 복합 쇼핑센터. 대규모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 [사진=배군득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신흥국 경제발전이 상승곡선을 그리자, 이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동남아 투자는, 그간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던 주변 국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5년 전부터 라오스 중심가에 초고층 파이낸셜빌딩을 짓는 국가도 중국이다. 발빠른 수요처를 확대하면서 미국과 무역전쟁을 대비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동남아 신흥국에서 점차 중국에 밀리는 모양새다. 시장이 원하는 부분을 면밀하게 분석해 현지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동남아의 대중국 무역액은 2000년 350억 달러에서 2015년 3953억 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해당기간 대중국 수출보다 상대적으로 수입 증가가 두드러진 부분이 눈에 띈다.

동남아 대중국 수출은 2011년 1418억 달러를 기점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2015년 1473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에 1592억 달러이던 대중 수입액은 4년 간 55.8% 증가해 2015년 248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특히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중국-동남아 무역은 176% 증가해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는 동남아의 대세계무역이 같은 기간 6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파른 상승곡선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은 동남아 주요 투자국으로 EU, 미국, 일본에 비해 비중은 낮은 편”이라며 “그러나 투자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부문별로 임대 및 상업서비스, 제조, 도소매 부문에 집중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15년 동남아에 82억6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역외국가 동남아 투자액의 8.4% 수준이다. 2015년 중국의 동남아 투자는 5년 전 3.3배, 10년 전 44배로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일찌감치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12월 2조원을 투입해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연산 35만대 규모의 해외 첫 양산 공장을 짓고 있다. 두 곳 모두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또 중국 최대 상용차 메이커인 베이치푸톈은 태국에 연산 1만대 규모 픽업트럭 공장을 조만간 가동할 계획이다.

지역적으로 라오스의 경우 중국의 거센 투자 물결이 집결하는 새로운 지역으로 떠오른다. 최근 5년 새 라오스 인접 국가인 태국과 베트남을 제치고, 투자국가 1위로 올라서며 라오스의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중국이 라오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라오스가 향후 교통·물류 중심 국가가 될 것이라는 포석 때문이다. 이미 라오스에서 가장 높은 38층짜리 복합 쇼핑몰 공사도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

중국의 라오스 투자규모는 60억84000만 달러로 2위 태국(44억9100만 달러)의 두배 수준이다. 막대한 자본이 라오스로 유입되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은 정부나 국가기관이 무역, 투자, 개발원조 등의 부문에서 치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업과 정부기관간 유기적인 협조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다양한 협력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나 정부도 다국적 협력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급변하는 동남아 역내외 정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별국가 입장을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