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 개막] 한국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 삼성·현대차 등 수출 전선도 비상
2017-01-17 08:27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G2'인 미국과 중국간 경제 패권 전쟁이 신흥국을 비롯한 한국 수출의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기준 116억5800만 달러, 대미 수출은 57억3700만 달러로 전체 국가 중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로 한국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자국 무역수지 중 적자 비중이 큰 중국과 멕시코에 대해 높은 비율의 보복관세를 주장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중 각각 48.2%, 8.9%를 차지하는 중국과 멕시코에 대해 최대 45%, 3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총 수출은 0.3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산업통상자원부 통관기준 잠정치) 4955억 달러 중 18억 달러 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중 중국의 중간재 수요 감소는 한국의 총 수출을 0.25%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조치로 국내 산업 중에서도 가전, 태양광, 2차 전지 등의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과 LG를 비롯해 현대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로서도 가격경쟁력 하락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2017년 수출 이슈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가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으나 한국이 중국과 멕시코를 통해 우회 수출하는 가전 산업의 경우 일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전자·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전자·반도체 수출이 0.7% 감소하고 석유화학은 0.5%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간재뿐만 아니라 중국 내수용으로 수출하는 한국 제품 역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수출 길이 막힌 중국 제품이 내수시장에서 거래되면 한국 제품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간접적 충격뿐만 아니라 무역제재 등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등의 조치를 한국에도 적용할 경우 해외에서 제조한 물품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물품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보복관세 등의 무역제재를 가할 경우 국내 기업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가 부과돼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