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半 행보' 반기문, 혹독한 검증 시작됐다.
2017-01-11 12:32
동생·조카 뇌물죄 혐의로 기소·박연차 의혹 등 현미경 검증 통과할지 미지수…
친이계 인사들 대거 캠프 참여·팽목항과 5.18묘지 참배…친박 행보 지우기?
친이계 인사들 대거 캠프 참여·팽목항과 5.18묘지 참배…친박 행보 지우기?
아주경제 주진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권 가도에 뛰어들면서 냉혹한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 평가는 물론 보수‧진보정권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했던 과거 행적 등도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반 전 총장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진행되면 현재의 지지도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반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과연 혹독한 검증 절차를 견뎌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 측 입장에서는 검증 과정이 심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재임하며 풍부한 국제경험을 쌓은 것은 그만의 자산이다. 높은 인지도의 바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임 기간 업적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먼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대표적인 실책으로 시리아 내전, 유엔 개혁 실패, 유엔 평화유지군 성추문 사태, 아이티 콜레라 창궐 책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경남기업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주현씨에게 500만달러의 커미션을 주고 랜드마크 72 투자자 알선을 요청했는데, 이들 두 사람이 중동 관료들에게 이 빌딩의 구입을 설득하면서 250만 달러의 뇌물을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심각한 자금위기에 처한 경남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성완종 사장은 정관계 자금로비 리스트를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성 사장은 반 전 총장의 스폰서였다는 사실은 이미 홍준표 경남지사에 의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아울러 반 전 총장 본인 역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박연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지만, 검증 국면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또 72세의 고령임에도 ‘정치신인’이라는 참신한 이미지는 있지만, 국내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정치적 미숙이라는 단점과 ‘내치 수행능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연결된다.
정치색이 옅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지만, 보수․진보정권을 오가며 줄타기한 ‘반반(半半) 행보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회색’ 이미지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고인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인 것이나,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알려진 'DJ 동향 보고' 논란은 야권 지지자들에겐 결정적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으로 치켜세웠고, 박정희 독재 개발의 새마을운동을 적극 지지한 ‘친박’ 행보는 박근혜 정부 책임론과 엮일 가능성도 높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국립현충원, 5·18 묘지, 서문시장, 유엔묘지, 팽목항,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그동안의 친박 행보를 물타기하면서 호남․야권의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을 돕는 그룹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친이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중도층 확장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 실정에 촛불민심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정 책임자들과 보수정권 재창출에 나섰다는 비난 여론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우선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이념과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과 화합’ 행보에 나서는 등 보수와 중도층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론’ ‘충청·호남 연합론’(뉴DJP연합론) 등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범보수진영 결집이 도모되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지각 변동을 일으킬 메가톤급 변수라는 점은 확실하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처럼 현미경 검증 과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