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대행 '위안부 발언' 자제 촉구…일본·야당 우회적 비판?

2017-01-10 14:52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국무회의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게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 귀국조치 등을 발표한 이후 나흘만이다.

황 권한대행의 이날 발언은 1차적으로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회의 참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연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외교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31일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보복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 조치와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 등 보복공세가 그것이다.

일부에선 미국 행정부 교체기라는 점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혼란스런 국내 정치 상황을 노리고 압박 강도를 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주한대사 본국 소환 등의 조치를 발표한 6일 사전 녹화한 NHK 프로그램을 통해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강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은 일본의 '과잉 반응'은 양국 관계 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북 문제 등을 위해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서 일본의 외교공세가 동북아 정세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위안부 합의의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그리고 마음의 상처 치유를 도모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 것은 역으로 일본을 상대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전방위 공세'에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가는 국내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날 발언이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론을 주장하는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0억엔 대해 "국민이 굴욕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돈"이라며 "예비비라도 편성할 테니 10억 엔을 돌려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한일 위안부 협정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위임없이 체결돼 '무권대리'로서 무효"라며 "정부간 공식 협정이 아니라 양국 외교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불과해 차기 정부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가 간의 문제인 만큼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일련의 조치들은 자국 보수층 결집을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과잉 반응을 하면 오히려 일본에 말리는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게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은 야당을 상대로 냉정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