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대일 외교, 조급하게 말려들 필요가 없다

2017-01-08 14:5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신화통신]



2017년 새해 벽두부터 통화스와프(currency swaps) 문제로 한국 외교의 사면초가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눈길을 끈다. 북한의 핵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고,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 조치 여부, 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이어 일본발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 소식은 탄핵 정국만으로도 정신없는 대한민국의 올 한해 국제정세가 순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한다. 여기에 브렉시트(Brexit)의 여파와 특히 중국경제의 이상징후까지 겹치게 되면 올해 한국 경제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통화스와프는 1959년 미 연준이 독일 연방은행과 협정을 맺으면서 시작되었고, 한국은 일본과 2001년 20억달러의 협정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인도, 호주, 말레이지아 등과 협정을 맺어왔다고 한다. 그중, 한일 통화스와프는 이후 2011년 12월 700억불을 최고점으로 2012년 10월에는 400억불, 동년 11월에는 110억불로 급감했고, 양국간 정치적인 갈등을 이유로 2015년 2월에 모두 종료되었다. 이후 작년 8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측의 제안으로 다시 논의가 진행중이었지만, 이번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이유로 일본이 논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일본의 조급함에 말려들 필요가 없는 이유

아베 일본 총리가 발빠르게 미국 바이든 부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마치 면죄부나 정당성을 확보한 것처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 일시 귀국 ▲부산시 관련 행사 참여 보류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라는 4가지의 조치를 한국에게 취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아베의 대미 사대주의 외교의 연장선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TPP 거부는 아베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아베는 경제위기에 대한 탈출 도구이자 동시에 아태지역에서의 지역패권을 유지하려는 정치 외교적 수단을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아베는 신속히 달려가 당선자 트럼프를 만났고, 이후에는 이미 기존에 일본에 배치되어 있는 X밴드 레이더에 접목시킬 사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선포했다. ‘아베식’ 사대주의 대미외교는 틈만 나면 진행중이다.

둘째는 일본 국민들의 비판을 예방하기 위한 아베의 초조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생각이다. 바이든과 통화이후, 한국을 향해 4가지 조치를 발표한 것은 단지 대미 사대주의 노선을 명확하게 트럼프정부에 전달하는 효과이외에도, 정책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을 반한 감정으로 돌리기 위한 아베의 자구책이라는 점이다. 반한 감정을 자극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은 일본 우파의 전통 수법이 되었다. 우리는 일본의 조급함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 반복되는 일본의 유치하고 졸렬(?)한 이런 조치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에 사용 가능한 일본의 외교 압력 카드 사전 제거

필자가 일본 전문가가 아니라서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예전과는 달리 일본이 한국에 사용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들이 사실 별로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경제분야에서 거의 마지막 요소였던 정밀부품 산업의 대일 의존도도 독일과 이스라엘로의 수입처 전환과 국산화를 통해 이미 극복하지 않았는가? 경제 측면에서의 ‘통화스와프’와 북한의 선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정보 공유’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이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이번 통화스와프 중단 선언에 대해 우리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일본과의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 버려야 한다. 한일 갈등 조성으로 통화스와프를 항시 무기로 삼으려는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은 스스로 목줄을 매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 통화스와프 자체가 주변국의 무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등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진국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 신설과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일본이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외교적 압력 카드들이 무엇이 있는지 재검토하고 이를 대체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외교적 대응책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주변국 의존도를 없애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준비할 때

주변국이 우리보다 강한 경우,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군사력을 포함하여 종합 국력에서 뒤질 경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교적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첫째, 약점을 사전에 예방하는 외교 전략과 전술 준비가 필요하다. 즉 주변국이 언제든 우리에게 외교적 압력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일 통화스와프 사례는 미래의 위기관리가 아니라 오히려 언제든 결정적인 위기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확실히 배웠다.

둘째, 예상되는 외교적 대응 메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항상 적시에 응대할 수 있는 외교전략과 전술카드를 평시에 만들고, 숙지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가 바이든에게 전화통화를 한 이후에 마치 면죄부나 정당성을 확보한 것처럼 4가지의 조치를 한국에게 취했다. 같은 논리로, 우리도 일본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지난해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한 부당성을 미국 행정부 유력자에게 공개적으로 전화통화로 항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외교적 위협에 대해 합당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항상 준비하고있어야 한다. 일본의 약속 이행에 대한 부당성을 언제든 지적할 논리적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일본이 신사참배에 대해 ‘개인 신분’을 변명으로 삼았던 것처럼, 우리도 소녀상의 배치는 정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임을 즉시에 고지해야 한다. 또한 민간 단체의 일이므로 정부간에 진행되던 사항을 중단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서방과 주변국들을 향해 선전해야 한다.

넷째, 종합적인 외교 전문가팀을 양성해야 한다. 주변국의 외교전략 전환과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외교전략 분석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외무고시 중심의 외교 행정 전문가 위주의 전통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관계, 국제정치, 국제정치경제, 국제법, 해당국 인문학 및 외교학 분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전문 인력들을 외교 일선에 투입하고 ▲외교현장 전문가 ▲외교전략 전술 전문가 ▲외교 종합 컨트롤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외교사관학교 설립은 어떠한가?

무력 전쟁이든 외교 전쟁이든 전쟁은 우선 이기는 것 보다 지지 않으려는 준비가 먼저 되어있어야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 사례를 통해, 우리는 주변 강대국들이 언제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국제협약이나 협력에 어떤 것들이 또 있는지 서둘러 검토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이기는 것에 방점을둔 것이 아니다. 위태로움을 먼저 사전에 철저하게 예방하고 있어야 비로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노릴 수 있음을 지적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를 느끼기 시작할 때가 예방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