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여신심사 강화·新DTI 기준 마련…"가계부채 해소 실효성 의문"

2017-01-06 06:55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회사의 가계부채 관리 능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활용한 여신심사를 금융권에 정착시키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소득 등 산정방식을 합리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 우려로 대출이 급감할 가능성을 의식한 듯 DSR에 대해 자율적 시행 및 감독 지표로서의 활용을 강조했다. DTI도 실제 대출한도가 늘어날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관계자들은 '시그널' 제시에 그쳐 실효를 거두기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는 5일 경제부처 합동 '2017년 업무보고'를 통해 DSR을 활용한 금융회사별 여신심사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2019년 이후부터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DTI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연간 소득 인정 범위를 상황에 따라 조절하기로 했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모든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존 DTI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만을 반영했다면, DSR은 기타 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고려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금융권에 도입됐다.

금융위는 그동안 DSR을 참고 지표로 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이번에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하나의 감독 지표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사전 브리핑에서 "용역을 거쳐 DSR 표준 모형을 만들면, 금융회사별로 각자의 관행이나 대출 성향, 자산운용 방향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DTI와 같은 직접 규제가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2019년 이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DSR 도입 이후의 기존 여신심사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주담대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되레 실수요자의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후적으로 관리하던 DSR을 사전에 고려하라는 정부의 방침이 있기 전에도 여러 곳에서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 중이었다"며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미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DTI 산정방식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출 양극화와 함께 한도만 늘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여신심사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차주의 장래소득 증가 가능성, 소득 안정성 여부 등을 따져 DTI 산정 시 합리적으로 반영토록 했다. 수도권 60% 규제는 유지했다.

강연료와 같이 소득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성이 높은 경우에는 일정 수준 감면율을 적용하고, 청년 창업자 등은 근로소득자가 아니어도 장래소득을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도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거나 근로소득이 유한한 계약직 등은 여신심사 때 한도에 제약을 받고 있다. 결국 대출 가능 여부에 모호한 기준이 생기는 것은 물론, 장래소득을 가장한 한도만 부풀려질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정책 방향을 던져주고 반응을 살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DTI의 경우 수치 변동이 아닌 이상 획일적인 비율 적용에 따른 문제는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