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뮤지컬 연습이요? 군대 유격 훈련처럼 해요”
2017-01-05 05:09
어렸을 적 좋아했던 휘트니 휴스턴 노래 때문에 '보디가드' 합류
노래 분량 많아 쉴 때는 말 한 마디 안 할 정도로 목 관리
노래 분량 많아 쉴 때는 말 한 마디 안 할 정도로 목 관리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뮤지컬 연습은 아침 일찍 일어나 체력 단련 훈련과 피지컬 훈련으로 시작해요. 오후 6시까지는 연기나 춤 공부를 하는데 퇴근하고 나서도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나머지 공부를 더 해요. 마치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받는 것 같아요”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보디가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997년 어린 나이에 가수로 연예계에 입성한 양파는 데뷔 초부터 감수성 짙은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로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독차지했다. 노래 ‘애송이의 사랑’ ‘아디오(A`D DIO)’는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히트곡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노래깨나 한다는 가수들만 나온다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정도로 노래 실력만큼은 인정받은 양파는 최근 뮤지컬 ‘보디가드’에 출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발라드 장르의 음악을 해왔던 만큼 춤과 연기는 그에게 낯선 분야였다.
양파는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이번 공연의 안무에서 현란한 동작이 많아 동선이 조금만 틀려도 다른 누군가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박하게 진행된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무대 위 사람들은 긴장을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노래 부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는데, 막상 합류해서 보니 감탄이 나오고 존경심이 들 정도로 대단하더라”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사실 양파에게 뮤지컬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에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역을 제안 받았고, 2007년에는 ‘드림걸즈’ 초연에 출연할 뻔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 양파의 설명이다.
그는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잘 모를 때였다. 게다가 소속사 계약 문제로 소송도 진행 중이었고 여러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크게 용기를 낼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러 작품을 고사하다가 결국 만난 작품이 ‘보디가드’다. ‘보디가드’는 90년대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와 그녀의 보디가드의 러브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여자 주인공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가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극 중 여주인공인 레이첼 마론 역을 맡은 양파는 “매 장면마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있어서 정말 바쁘다. 타협 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면서 “가수였을 때는 무대 위에서 갖고 있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었는데, 뮤지컬에서는 내가 맡은 캐릭터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춤과 연기가 힘들지만 ‘보디가드’로 뮤지컬 출연을 결심한 배경에는 가수 휘트니 휴스턴이 있다. ‘보디가드’에는 휴스턴의 명곡들이 뮤지컬 넘버로 삽입돼 주크박스 뮤지컬(기존의 대중음악을 활용한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양파는 “어렸을 때부터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좋아했다. 휴스턴의 노래로 가수의 꿈을 꿨는데, 실제로 중학교 3학년 때 휴스턴의 아이 윌 얼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로 첫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며 “어린 시절 노래를 좋아해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내 모습을 다시 기억하게 됐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때문에 ‘보디가드’에 합류하게 됐지만 주인공 레이첼 마론에 몰입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양파는 “레이첼은 아이가 있는 엄마인데다가 조용한 제 성격과 달리 이 캐릭터는 계속 화를 내는 스타일이다. 그런 부분을 따라가려다 보니 두 달 사이에 나 스스로가 강한 여자로 거듭난 것 같다”고 말했다.
춤은 양파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간혹 오른쪽과 왼쪽이 헷갈릴 정도로 몸치라는 양파는 처음 공연 춤을 추고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다. 여전히 실수를 하지만 앙상블에 있는 춤 선생님의 도움으로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
그는 “처음에는 춤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앙상블과 같이 호흡을 맞추려고 해보다가도 결국 멀뚱히 서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며 “어느날 연출가가 나에게 ‘보여주겠어’란 강한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 그 후로 독하게 마음먹고 연습을 해 지금은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웃어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양파는 가수 양파가 아닌 가수를 꿈꾸던 중학생 이은진의 마음으로 레이첼을 연기하겠다는 각오다. 양파가 뮤지컬 연기를 어떻게 할까란 궁금증으로 오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보디가드’는 이은진이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아 무대에 오른 기분으로 임하겠다는 것.
그는 “공연 초반에는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노래를 덜 잘해도 연기와 춤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적절히 안배를 해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디가드’에는 여주인공 레이첼과 함께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도 남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레이첼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프랭크의 노래는 거의 없는 반면 레이첼에게 대부분의 노래가 집중돼 있다. 양파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양파는 “노래를 안 하는 날은 말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누워있다. 내게도 지금 상황은 시험과 같다”면서 “노래 대부분이 대충 불러서는 안 되는 곡들이다. 이번 기회에 성대도 단련하겠다는 생각인데 공연 중간에 목이 상할지 어떨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모험이다”라고 걱정 반 기대 반의 반응을 보였다.
데뷔 20주년이 되는 2017년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양파는 양희은, 패티 김, 백지영, 옥주현 등 우리나라의 원조 디바 연예인들을 만나 디바로서의 삶과 한 가정 안의 여자로서의 삶 사이에서 갖게 되는 고민들에 대해 들어볼 생각이다.
그는 “레이첼이란 디바를 연기하면서 디바 생활을 하면서 겪을 그들만의 딜레마 같은 걸 고민하게 됐다. 나 개인적으로도 여러 꿈이 있지만 여가수로 산다는 것이 한국에서든 어디에서든 수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에는 가수로서의 활동 폭도 넓어진다. 콘서트 뿐 아니라 가을쯤에는 정규 앨범 제작도 계획 중에 있다. 뮤지컬은 다른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좋은 작품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양파는 “개인적인 문제 이후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애송이의 사랑’ 이후로 나를 기억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 올해도 더 많이 대중에 노출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이엔지(ing) 형 가수로 지내고 싶다”고 올해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