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명진 "서청원 편지, 무례한 일…당은 벌거벗은 임금님 꼴"

2017-01-03 12:05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정갑윤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친박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소속 의원들에게 인위적 인적청산 방침을 거부하는 편지를 보낸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서청원 의원을 향해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 의원이 지금 좀 화가 나신 거 같은데, 이것은 당 대표에 대한 무례고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이라며, "내가 평생 살아온 것으로 보나 민주화 운동을 한 역사로 보나 서 의원이 나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하면 안 된다, 예의를 갖추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들도 사람들을 만나고 여론을 볼 텐데 스스로 판단해서 책임을 지라는 게 독선이고 인위적 청산인가?"라고 반문하며, "친박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살신성인한다고 했던 사람들 아닌가, 그런 대통령이 탄핵당했는데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고 비난했다.

서 의원을 향해 그는 "임금님이냐"라며 "자기가 얘기하면 다 들어야 되나, 이제는 당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라고도 비꼬았다.

이어 "과거에는 그게 통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당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당이 이 지경으로 오지 않았는가 생각했다"면서 "나보고 청부업자라고 하는데 대가도 없다, 이런 사람을 데려다놓고 모욕하는 게 어디있나. 아무한테나 옛날에 하던 버릇대로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인 위원장은 인적 청산 방침에 대해 "당에 들어와서 보니 큰 악성종양이 있어 수술하지 않으면 금방 죽게 생겼다. 급하게 수술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을 내려놓으라는 게 아니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당에 와보니 이솝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이 났다"면서 "다들 벌거벗었는데 본인도 모르고, 국정과 당에 책임지던 분들이 최순실을 몰랐다고 죄가 없다는 건 좀 몰염치한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쓴소리를 했다.

또 인 위원장의 방침에 반발하는 친박계 의원 10여 명의 회동을 언급하며 "2선 후퇴를 했다는 분들이 왜 나와서 계파모임을 다시 하나"라고도 꼬집었다. 특히 친박계 핵심 인사인 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2선 후퇴를 두 번 한 분이 계시다, 7월 6일에 한 번 했고 이번에 한 번 했고 또 한 번 더 해야 할 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오는 6일까지 친박 핵심인사들의 탈당을 종용하며 8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족스러운 수준의 청산이 되지 않을 경우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더 지켜보자"고만 답했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향해서도 그는 "신당은 정통보수를 대변할 수 없다, 적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지"라며 "똥을 잔뜩 싸놓고 똥 싼 적 없다고 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은 적어도 도망은 안 가지 않았나"라며 "그런 의미에서 친박은 좀 순진하다, 새누리당을 새롭게 하는 것이 보수의 정통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 여부를 묻자 그는 "제가 구애한다는 것은 오보"라고 우선 정정했다.

인 위원장은 "사람만 하나 보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반 전 총장이 당에 오더라도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졌는지 검증하고, 대선 후보로 우리 당 정체성과 맞는지 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기문 씨도 우리 당의 도덕적 기준에 맞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같이 할 지 안 할 지 결정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