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러시아 방문…3조원 규모 고속철 사업 검토

2016-12-12 06:00
-유라시아 철도사업 본격화…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시작 예정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이 전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고속철 사업을 검토했다. 이번 방문으로 지난 2013년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검토한 뒤 진전이 없었던 유라시아 철도 사업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은 최근 태스크포스(TF) 팀을 이끌고 러시아 첼랴빈스크를 방문해 보리스 두브로브스키 주지사와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협상에서 첼랴빈스크주는 현대로템 측에 첼랴빈스크주와 예카테린버그주를 연결하는 238㎞에 지역에 투입할 고속철 사업 참여를 제의했다. 

이 사업은 총 규모 한화 3조원(1650억 루블). 현대로템이 참여한다면 토목, 설비부터 열차운행시스템까지 전체를 발주하는 턴키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3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며 동력분산식 열차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프로젝트에 대해 큰 관심을 표하며, 첼라빈스크주와 긍정적인 대화를 나눈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으로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수 물꼬를 틀 수 있다. 더불어 동력분산식 고속철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로템에게는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 사장의 전격 러시아 방문은 루스란 카타로브 첼랴빈스크주 부지사가 지난 10월 방한 당시 요청으로 이뤄졌다. 루스란 카타로프 부지사는 이 사업에 중국과 독일 업체에도 요청했으며, 그는 특히 한국 기업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첼랴비스크주는 현대로템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가운데 조만간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기술·경제적인 측면도 논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관련해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고속철 프로젝트는 푸틴의 '신동방정책'의 일환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경제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3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방한 당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유라시아 철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이후 사업을 적극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큰 진척없이 있던 사업이 3년 만에 다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뿐 아니라 선대 회장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이에 이번 현대로템의 프로젝트 참여는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현대로템은 지난 1996년부터 한국형 고속열차 'HSR-350x(G7)'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고속열차 사업을 준비했다. 이후 첫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 KTX-산천Ⅱ를 성공적으로 생산했으며 최근에는 세 번째 고속열차 'SRT'를 개통한 바 있다.

또 현대로템은 지난 2012년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HEMU-430X'를 개발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는 지난 6월 경전선에서 첫 수주를 했으며, 내년 발주가 예상되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러시아 고속철 사업 참여는 올 초 북한 핵실험으로 잠정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와 민간 협력을 통해 향후 남북 관계가 좋아졌을 때를 미리 준비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러시아의 현장을 살피고, 이야기를 듣는 설명회와 같은 자리였다"면서 "러시아 사업이 수익성이 떨어져서, 우리 뿐 아니라 나라별로 초청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