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우리나라 자영업의 건실한 성장을 위한 P2P 금융의 작은 해법
2016-12-08 18:00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40%는 창업 후 1년 내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자영업자 전문 P2P 금융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어려운데 이들을 상대로 자금을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였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영업에 입문하는 패턴을 들여다보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요즘 같아서는 수십 년을 근속한 성실한 근로자들이 은퇴 이후를 위해 착실히 준비한 노후자금을 의미 있게 불려줄 투자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노후 자금이기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없고, 은행의 1년짜리 적금 상품의 이자는 세금을 제하고 나면 고작 1% 수준이다. 문제는 점점 노년이 길어져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정년을 마친 사람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자영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이렇다 할 강점 없이 치킨집, 편의점을 창업하는 현실이다. 국내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본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맹점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CEO의 열정과 절박함, 그리고 서비스 정신이라고 한다. 준비된 창업자가 가맹점을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가맹점 창업을 위해서는 2~3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정말 잘 할 수 있는 예비 점주'를 선별하기 보다는 준비가 좀 덜 돼 있어도 '창업 자금을 준비한 예비 점주'에게 가맹점을 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지만 창업 자금의 마련이 어려운 사람'이 창업할 수 있는 길은 정말 없을까? 온라인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하는 P2P 금융을 잘 이용하면 이러한 고민이 해결될 수도 있다.
먼저 프랜차이즈 본사는 호흡이 잘 맞는 창업자를 확인하고, 자금 준비가 부족한 경우에는 P2P 금융을 통해 성장 과정을 돕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에서 기획된 것이 ‘무일푼 창업 오디션’이다. 쉽게 말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의 창업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돈 없어도 내 가게가 생긴다’는 슬로건 아래 잘 성장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들과 힘을 합쳐 창업에 뜻이 있는 열정적인 지원자를 선발하고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자영업자의 성장을 위해 P2P 금융을 활용하는 것은 비단 창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영 중인 상점의 경우에는 해당 상점과 그 주변 상권과 관련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상점의 향후 성장성을 판단하고, 성장이 예상된다면 이를 위한 도움닫기 자금을 적시에 지원하는 것이다.
운영 중인 상점인 경우에는 단순히 상점주의 열의가 아닌, 훨씬 다양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해당 상점의 시간대별·요일별 매출 특성, 단골 비중의 증가도, 동일 상권 내의 경쟁도 및 동종 업종의 성장세 등 온라인으로 수집된 자료들을 빅데이터 분석해 건실한 상점을 판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는 어쩌면 자영업 시장을 건실하게 만들고자 하는 해법의 일부일지 모른다.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상점들은 시장에 진입했다가 속절없이 폐업의 길을 걸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영업자 폐업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건강해지고 소비시장이 활성화되는 인프라의 문제이기에 일개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정말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잘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적시에 자금의 기회를 제공해 건전하게 성장하는 자영업자의 수를 늘리기 위한 한 걸음을 시작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영업자의 40%가 1년 내 폐업하는 현실 속에서도 열정과 창의로 무장한 상위의 20%의 자영업자들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새로운 성공을 재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