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천년 역사의 유라시아 관문 – 알마티
2016-11-24 17:55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는 여름이 특히 아름다운 도시다. 4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한 알라타우 산맥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한낮의 강렬한 햇살 아래서도 고개만 들면 도심 어디서나 시원한 만년설을 볼 수 있다. 천산을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알라타우라 부르는데 여름에 알라타우 계곡을 흘러내리는 빙하수는 알마티를 시원하게 해 준다. 만년설과 더불어 도심 곳곳을 채우고 있는 가로수의 초록 물결들은 130여개 다민족 출신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알마티를 한층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다. 알마티는 과거 알마-아타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카자흐어로 “알마”는 “사과”를 “아타”는 아버지를 의미한다. 실제로 알마티의 근교에는 사과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고 길을 걷다가도 야생 사과나무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고유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독립과 현대사의 산실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은 총 두 차례에 걸쳐 수도를 이전하였는데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첫 수도 크즐오르다는 약 2년간 임시수도의 역할을 했고 이후 1927년 알마티는 제2의 수도가 된다. 1991년 카자흐스탄의 독립 후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1997년 수도가 아스타나로 옮겨져 한때 도시기능 저하를 걱정했지만 알마티는 이에 대한 우려를 딛고 학술, 문화, 금융의 중심지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인구 170만명의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전체 GDP의 22%, 교역량의 41%를 담당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금융기관의 90%가 알마티에 본부를 두고 있다. 또한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총영사관 및 UN, EBRD, UNESCO, UNDP, IMF, OSCE, CICA 등 유수의 국제기구 사무소가 이 곳에 있다.
알마티시가 알마티 도시건설 10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카자흐스탄 역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독립 이후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역사와 문화, 학술 등의 분야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이때부터 알마티 시의 역사학자들도 도시의 실제 나이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술연구와 회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2014년 제1차 알마티 국제문화포럼에서 알마티 도시건설 1000주년을 유네스코에 등록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네스코는 2016년을 알마티시 100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지정하였다.
도시의 나이를 예측하는 것은 오래된 논란거리이다. 알라타우 산맥이 조성해 준 유리한 기후-지형적 요건은 알마티 지역을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는 기원전 7세기 이전부터 이 지역에 거주했던 스키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키타이 귀족으로 카자흐스탄의 대표적 고고학 유물로 평가 받는 황금인간이 1969년 알마티 인근 이씩 쿠르간 고분에서 출토되었다. 알마티 지역의 문명 흔적은 이미 오랜 역사와 함께 존재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