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올해 3000억 순익… 내년 더 좋아질 것"

2016-11-21 18:06

김용환 농협금융회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대담 : 아주경제 임재천 금융부장 / 정리 : 홍성환 기자]

조선·해운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냈던 NH농협금융지주가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그동안 쌓인 부실을 모두 털어내야 한다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환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지주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에 대해 "타이밍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상반기 기자회견을 할 때만해도 사실 올해 2000억원 적자가 예상돼 중앙회에 배당을 못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연말에는 3000억원 가까이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뚝심 있게 밀어 붙인 빅베스의 성공

앞서 김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농협금융의 건전성을 위해 누군가는 빅배스(기업의 쌓인 부실 요인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회계기법)를 감행해야 한다. 충당금 부담을 빅배스로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발언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농협금융지주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와 배당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자를 내면서 빅배스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중앙회 측 동의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상반기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으며 빅배스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그동안 쌓였던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로 인해 농협금융지주는 내년 더 나은 실적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는 "지난 4년간 농협금융이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STX조선 등 한계기업의 부실채권이 엄청 쌓여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그동안 중앙회 측에도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하지 않아서 부실기업 여신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 비상경영 선포로 위기 탈출

김 회장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하반기 비용 절감, 점포 통폐합, 리스크관리제도 정비, 거액 부실 여신 사전 방지 등 강도 높은 내실경영을 추진해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농협금융지주는 실적 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도 개선됐다. 실제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3분기 1.59%로 전년 말 대비 0.68%포인트 개선됐다.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101.54%로 같은 기간 16.08%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직원들이 경비를 줄이면서 다같이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빅배스를 하면서 기업여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산업분석팀을 만들었는데 143개 업종을 새롭게 분석한 뒤 위험도가 높은 업종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늘리고 있다"면서 "따라서 과거와 같이 하나의 업종이나 기업에 편중된 여신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부실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도 정리하는 중이다"며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재 요주의로 분류돼 있지만 내년 수주된 배들이 하나씩 나가면 좋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쌓아놓은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수익으로 잡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김 회장은 "지난 3분기 농협금융지주가 3000억원 수익을 낼 정도로 능력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내년은 더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대규모 계열사 CEO 인사도 단행할 것 

김용환 회장은 올해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계열사 사장들 가운데 임기 다 된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며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발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면 중앙회의 사장단 인사 관여에 대해서는 "지배구조법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회 중심이고 중앙회 추천 사내이사는 1명이기 때문에 구조상 중앙회에서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사장단 인사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도 성과주의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농협캐피탈이 개인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한 뒤 벌써 올해 목표를 달성했을 정도로 확 달라졌다"면서 "업적에 따라 평가를 분명히해서 잘하는 사람을 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금융과 계열사 임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보답이 적다"며 "다른 금융지주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기나 연속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잘하면 2+1년 연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보수도 업계 수준을 맞춰 줘야 한다. NH저축은행만 봐도 열심히 하지만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보수가 60~70%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현실화시키고 성과가 좋으면 그만큼 직원들을 대우해줘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 미래 먹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찾겠다

또 김용환 회장은 글로벌로 나가 새로운 사업을 찾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최근 협력 관계를 구축한 중국공소그룹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공소그룹은 중국 국무원 산하 정부단체인 공소합작총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농업 관련 대형 협동조합 유통그룹(국유기업)이다.

김 회장은 "공소그룹과 함께 리스사를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소액대출, 은행, 손해보험 등을 추진할 것이다"면서 "공소그룹과의 협력만으로도 중국 내 사업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금융기관이 공적인 기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김 회장은 "수수료가 시중은행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마음 먹고 돈을 벌자고 하면 벌 수 있다"면서 "하지만 농촌, 농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금융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매년 1000억원을 사회공헌비용으로 쓰고 있다"며 "사회공헌을 통해 고객들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