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시니어 뉴딜이 필요하다

2016-11-17 08:57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뉴딜(New Deal)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1933년 취임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했던 새로운 정책들을 말한다. 당시 15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 대책으로 대규모 토목 공사를 일으켜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남부 테네시江에 거대한 수력발전소를 세우고 전기와 질소비료를 생산하고 여기서 나온 값싼 전기를 토대로 알루미늄 관련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었다. 도로와 공공건물을 건설하고 국립공원의 산림을 간벌하는 공사를 통해서도 일자리를 창출했다. 루스벨트 이전의 자유방임적 정책과 달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뉴딜’이었다. 그 뉴딜 정책의 결과 미국은 대공황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정책이 바로 ‘시니어 뉴딜’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부족한 노후준비를 보완해주는 것은 물론 노인들의 소일거리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서도 일자리가 시급하다. 앞으로는 급속히 고령화 추세 속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정책 당국자들의 가장 큰 과업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일자리 실태는 어떠한가? 65세 이상 노인들의 고용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노인 빈곤율 역시 5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 얘기는 결국 노인들의 일자리 질이 매우 열악함을 의미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를 통한 일자리 역시 기간이 짧은 임시 일자리에 불과하다. 노인을 활용한 지하철 택배 일자리도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힘들고 불안하고 저임금이기는 마찬가지다. 노인 친화적 일자리이면서도 노인들의 오랜 직장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경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평생학습과 적절한 직업훈련을 통해 지원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인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사례는 없나? 일본에 ‘60세 이상만 고용’하는 착한 기업이 있다. 일본 가토제작소의 이야기다. 기후현에서 1888년에 창업한 가토제작소는 항공기, 자동차,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금속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2001년에 납기를 맞추기 위해 주말에 근무할 사람을 뽑아야 했다. 60세 이상 노인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는데 경쟁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60세 이상 파트타이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만 출근하며 하루에 4시간 일하고, 1년에 90일 일한다. 전체 직원 100여명 가운데 50명가량이 60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회사가 있다. ‘핸디맨서비스’라는 인테리어 집수리 전문회사다. 건설업을 비롯한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된 분야에서 종사했던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65세 이상 노인을 주로 뽑아서 활용하고 있다. 무거운 장비나 물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실내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이므로 노인들에게 큰 무리가 가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고객이나 종업원 모두 나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핸디맨서비스’처럼 고령화 추세를 앞서가는 선도적인 고령자 친화기업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노인을 뽑으면 문제가 없나? 문제가 없다. 2015년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2,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고령 근로자 고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을 뿐 아니라 기술과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이 단순 노무직이나 영세 자영업에서 벗어나 좀 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고령자 채용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에게 가장 훌륭한 복지는 정부에서 만들어주는 시혜적 혜택이나 공공근로 일자리가 아니라, 시장에서도 작동되는 노인친화적 일자리이기 때문이다.